손절 러시→존폐 기로 선 '조선구마사'…배우들은 무슨 죄 [스타in 포커스]

  • 등록 2021-03-26 오전 9:19:53

    수정 2021-03-26 오전 9:22:09

(사진=SBS ‘조선구마사’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역사왜곡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조선구마사’가 결국 폐지설까지 휩싸였다. 폐지는 아직 확정 전으로 관련 회의를 거쳐 이날 오전 중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논란의 여파로 모든 제작지원이 중단되고 드라마의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에 방송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약 폐지로 결론이 난다면, ‘조선구마사’ 출연진들의 정신적, 물질적 타격이 특히 클 전망이다. 이미 출연 배우와 제작진이 참여한 기업 광고와 영화, 드라마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보이콧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배우들 개인 SNS마저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 댓글로 도배 중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의 전작에 참여한 배우들까지 질타를 받으며 불매 운동 피해를 입는 등 비난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조선구마사’ 존폐 기로…“오전 내 결정”

지난 22일 첫 방송 뒤 중국풍 소품 사용, 역사왜곡 의혹으로 심판대에 오른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폐지설은 지난 25일 밤 드라마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일간스포츠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드라마가 방송 2회 만에 폐지 기로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실제 폐지로 결정된다면 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선구마사’의 신경수 PD는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단독]‘조선구마사’ 신경수 PD “폐지 확정 아직...내 손 떠난 문제”(인터뷰))를 통해 “아직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새벽 회의가 있을 거고, 내일(26일) 오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배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폐지를 통보했다는 일간스포츠 기사 내용에 관해서는 “회의가 진행되기 전 수십명의 배우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혹시나 기사가 나가서 그것을 통해 배우분들이 알게 되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았다. 제작이 중단될지 안 될 지는 모르지만,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직접 말씀을 드리는 게 배우에 대한 연출의 예의라 전화를 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앞서 지난 22일 첫방송을 시작한 ‘조선구마사’는 1회 방송 만에 역사왜곡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 여파로 지난 23일 방송된 ‘조선구마사’ 2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6.9%를 기록, 전날 방송된 1회 시청률(8.9%)보다 하루 만에 2%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조선구마사’의 중국풍, 역사왜곡 논란은 첫방송 당시 충녕대군(장동윤 분)이 기생집에서 외국인 구마 사제인 요한 신부(달시 파켓 분)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중국식 월병과 만두, 피단(삭힌 오리알) 등을 등장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태종(감우성 분)이 이성계의 환영을 본 뒤 백성을 학살하고, 충녕대군이 역관에 무시를 당하는 장면 등이 조선 왕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고, 이를 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려는 중국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는 일침을 가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회 방송 직후인 24일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등장했고, 이 국민청원 게시글은 게시된 지 이틀 만인 26일 오전 현재 19만 3794명을 기록 중이다.

이에 제작진은 “명나라 국경에 가까운 지역이라 ‘중국인의 왕래가 잦지 않았을까’란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다만 예민한 시기 오해가 될 수 있는 장면으로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고 향후 방송 제작에도 유의하겠다”는 사과 입장을 밝혔다.

SBS 역시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하여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드린다”며 “구마 사제 일행을 맞이하는 장면 중 문제가 되는 씬은 모두 삭제하여 VOD 및 재방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또 다음주 결방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재정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럼에도 해당 청원글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심각성을 인지한 광고계도 지원을 철회하고 드라마 방영 시간에 광고배치를 없애는 등 재빠른 선긋기에 나섰다. 현재 ‘조선구마사’의 광고를 맡았던 기업들은 전부 지원을 철회한 상황이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방송화면)
도 넘는 비난 수위…배우 보이콧까지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들 때문에 ‘조선구마사’의 방영 재개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을 보내는 상황이다. A 제작사 대표는 이를 두고 “이미 드라마를 향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에서 아무리 내용을 수정하고 재정비를 한다 한들 한 번 꺾인 이미지를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무엇보다 드라마의 제작 예산 회수에 반드시 필요한 광고 매출이 다 빠지고, 촬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소, 의상 지원 등 제작 지원 기업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라 방송을 이어나가기 사실상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씁쓸함을 표했다.

논란의 여파로 덩달아 도를 넘는 수위의 비난과 보이콧을 겪고 있는 배우들과 촬영 스태프들이 겪을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작품을 집필한 작가, 제작진 뿐 아니라 대본을 읽고 작품을 택한 배우들도 부족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기에 이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들도 일각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에 출연 중인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의 명단이 정리된 리스트들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 중이다. 이 배우들이 등장하는 기업 광고나 출연 작품들은 소비하지 말자는 일종의 ‘보이콧’인 셈이다.

또 ‘조선구마사’의 주요 배역을 맡은 감우성(이방원 역)과 장동윤(충녕대군 역), 박성훈(양녕대군 역), 김동준(벼리 역), 정혜성(도무녀 무화 역) 등 배우들의 개인 SNS와 소속사 공식 SNS 역시 이들의 캐스팅 결정을 비판하며 하차 및 해명을 요구하는 항의 댓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급기야 ‘조선구마사’를 넘어 박계옥 작가의 전작인 tvN ‘철인왕후’에 출연한 배우들에게까지 튀고 있다. 최근 한 ‘철인왕후’ 출연진이 광고 모델로 참여한 제품 브랜드의 경우, 박계옥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이 배우를 모델로 발탁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그저 답답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소속사 입장에서 배우와 관련해 어떤 입장이든 밝혀야 하나 싶다가도 무엇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해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배우들은 그저 열심히 주어진 대본을 따라 연기한 죄밖에 없다. 이 상황을 겪어내야 할 배우들이 겪을 정신적 피해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부주의함으로 인해 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 지적받아야 하고 반성, 개선되어야 할 사안임은 맞지만 제작진을 향한 도 넘은 비난이 앞으로 등장할 작품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대중의 인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표현 하나하나에 주의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일부 장면만으로 작품 자체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한다는 식의 주장은 비약의 위험성이 있고, 고유한 창작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비난을 위한 비난들이 지속될 경우, 사극 등 특정 장르의 제작 열기가 위축될 우려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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