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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른바 특수고용형태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이 쉬운 논리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확대됐다. 이를테면 산재의 측면에서, 사용자-근로자 관계가 아니지만 근로자와 유사하게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산재보험의 체계 속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의를 거쳐 산재보험법에 특수형태근로자종사자에 대한 특례 규정이 신설된 때가 2007년이었다.
2018년 대법원은 학습지 교사 판결을 시작으로 방송연기자, 철도역 매점위탁운영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대리운전기사나 배달라이더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설립 신고를 마치고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노동조합으로서의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단체교섭을 요구 받는 상대방은 해당 노동조합에 대해 자신이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사용자도 할 말은 있다.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했는데, 왜 난데없이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지라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노동조합은 어떻게 합법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가. 단체교섭응낙가처분과 단체교섭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사용자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거나 구제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결론이 나올때까지 5~6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특수고용형태근로자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에 관한 제대로 된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승소할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쯤되면 한국에 제대로 된 노사관계 ‘제도’가 존재한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개정된 노동조합법에도 특수고용형태근로자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특수고용형태근로자 노동조합을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용을 만들기 난감했기 때문일까. 아무도 제대로 답하지 않는 ‘현실’만이 존재할 뿐이다.
노사관계의 변화가 빠르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의 꽁무니만 바라보며 너무 늦게 쫓아가서야 되겠는가. 정부가 나서서 특수고용형태근로자와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 관한 공론의 장이라도 열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