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늘어나도…“국민 76%, 환경에 돈 더 못내겠다”[플라스틱 넷제로]

폐기물 처리에 연간 3조원 이상 재정적자 지속
종량제봉투 가격과 폐기물 발생량은 '역의 관계'
종량제봉투 가격 현실화 더뎌
일반인 88%, 환경에 추가지불의사 없다
  • 등록 2022-09-25 오전 9:00:00

    수정 2022-09-25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968년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의 짤막한 한 편의 에세이같은 논문은 환경·기후위기 시대로 접어들며 영향력을 더 키우고 있다. 바로 논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다. 공공재(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와 재화)를 무료라고 마구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결국 공유지의 풀은 고갈되고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경고를 명쾌하게 비유했다.

나아가 하딘은 이 비극을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으로 ‘사유화와 정부 개입’ 두 가지를 들었다. 하지만 이는 하딘의 이론이 비판을 받는 지점이며, 반박이론인 합리적 선택 제도주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소통’을 통해 합리적 제도를 만들어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각지에 쌓인 쓰레기산을 보면 누구나 이 ‘공유지의 비극’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터다. 쓰레기산의 존재는 정부의 개입이 해결책으로 불완전하며, 소통 역시 해법으로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것을 반증했다.

그렇다면 국내 쓰레기 처리방식은 어떤 매커니즘 탓에 잘못 작동하고 있을까. 문제는 바로 정부주도의 포퓰리즘적 ‘가격’ 책정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방송 CNN에 보도된 의성 쓰레기산
‘정부 개입’의 실패…누적되는 재정적자 원인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 주체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며, 때로는 우리사회의 처리용량을 넘어서며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관리예산을 보면 최근 3년간(2018~2020) 매년 3조원 이상의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전국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관리 집행예산은 4조6468억원으로, 세입수수료 1조3674억원을 3조3000억원 가량 웃돈다. 부족한 나머지는 국비와 지방비, 지방채 발행 등 다른 일반예산과 부채로 충당하면서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생활폐기물 세입수수료는 종량제봉투, 음식물쓰레기봉투, 대형폐기물 구매스티커 판매 등을 통해 발생하는데, 발생자 부담 원칙에서 보면 약 65% 가량(생활폐기물 주민부담률 2018년 기준 34%)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에 전국 청소예산 재정자립도 역시 2020년 기준 32.4%에 불과하다.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상하면 쓰레기 종량제 도입 초기에는 무단투기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컸지만, 이제는 종량제 봉투 사용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종량제봉투 가격과 폐기물 발생량간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뚜렷하다. 인천연구소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 가격이 10% 오르면 쓰레기 배출량이 2.08~2.61%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격 인상은 더디다. 전국 가정용 종량제 봉투 가격은 20ℓ 기준 2005년 대비 2018년 29% 올라 연평균 2.2%씩 오르는데 그쳤다. 과거 30년 소비자물가상승률(3.5%)에도 못 미친다.

‘소통’도 실패…환경지불의사 낮은 한국 “문제는 환경교육”

우선 이 같은 더딘 인상률의 원인에 대해 폐기물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지자체장의 포퓰리즘적 행태가 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생활폐기물과 추가지불의사에 대한 ‘일반인과 전문가의 친환경행동의도’를 연구한 한 논문에 따르면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에 대해 ‘추가지불의사가 없다’는 응답은 76%에 달했다.

나아가 이를 일반인과 전문가로 나눠보면 문제의 실마리가 드러난다. 일반인은 88%가 추가지불의사가 없다고 답했으나, 전문가는 이 비율이 12%로 뚝 떨어진다. 전문가의 추가지불의사가 일반인의 4.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일반인과 전문가의 차이는 바로 ‘환경교육’에서 나온다. 환경교육 경험이 있는 경우는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친환경행동에 대한 의도가 1.36배 높았다. 이 논문의 기본 데이터가 된 환경부의 ‘2019년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학교, 직장, 사회단체 등에서 환경교육을 받아 본 경험에 대해 일반국민은 19.2%, 전문가는 76.1%가 경험있다고 응답했다.

즉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포퓰리즘적 지자체장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시민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또 세계 최고의 친환경 국가인 독일과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최대 관심사 조사에서도 국내 환경우위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독일 국민은 최근 한 여론조사(독일 여론조사기관 Civey)에서 최우선 이슈로 환경보호(68.2%)를 꼽았다. 이어 연금·복지 57.5%, 경제성장과 일자리 45.6% 순이다. 한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에서 독일은 주요 28개국 중 기후변화를 가장 우려하는 국가다.

이에 반해 한국은 환경이 발전 논리에 한참 뒤처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설문을 보면 ‘2022년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수행할 우선 정책과제’로 일반 국민의 29.2%는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행정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에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9가지 문제 중 ‘경제 양극화’(23.6%)와 ‘일자리’(19.1%)를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혔다. ‘지구환경’(7.4%)은 여섯번째 순서에 있다.

환경 커뮤니케이션의 선도적 학자인 로버트 콕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그의 저서 ‘환경 커뮤니케이션’에서 환경인식이 확산하기 힘든 구조적 매커니즘에 대해 분석한 바 있다. 그는 “환경은 개인적인 경험과 동떨어져서 알아채기 힘든 사건들(unobtrusive events)”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때문에 환경 정책은 지역 시민의 의사를 담아내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주류 미디어는 환경문제를 다루는 채널로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경 전문가들은 여타 사회문제 해결방식과 달리 환경문제는 어릴 때부터 받는 환경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교육 경험(출처: 2019년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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