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한국정치 망해"…청년정치인들 '소선거구제 폐지' 나섰다

[아듀 87년체제]
정당·정파 초월해 모인 연대체 '정치개혁 2050'
이탄희·전용기·김용태·천하람·용혜인 등 참여
거대 양당 체제는 '합의' 부재…"지금 제도론 안 돼"
선거제 개편시일 임박 "국민께 개혁 필요성 알릴 것"
  • 등록 2023-01-04 오전 5:20:00

    수정 2023-01-04 오전 5:20:00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한국 사회를 양분한 거대 양당은 오랫동안 ‘적대적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 싸우지만 공격을 주고 받을수록 지지층이 결집하고 제3의 후보를 찍으려는 유권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차악’을 선택한다. 그 결과 21대 국회에는 5개의 정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이 있지만 양당을 제외한 3개 정당은 10석이 채 안 된다.

우리 국회가 거대 양당 체제가 된 원인으로는 소선거구제가 꼽힌다. 최다 득표자 1인만 당선되기 때문에 소신투표보다는 최악을 배제하고 사표를 만들지 않으려는 전략투표가 이뤄진다. 군소정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다.

거대 양당 체제가 한국 정치를 망치고 있다며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외친 이들이 나타났다. 정파를 초월해 청년 정치인들이 모인 ‘정치개혁 2050’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탄희·전용기 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이,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최고위원, 천하람 혁신위원, 이유동 대변인 등이 함께한다. 이밖에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성주 전 정의당 정책위 부의장, 김예원 녹색당 공동대표, 이내훈 민생당 전 최고위원 등이 참여한다.

지난 해 12월 22일 이탄희(왼쪽에서 네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개혁 2050’ 참여자들이 남인순(가운데)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만났다.(사진=이탄희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들은 ‘소선거구제 폐지’라는 의제로 뭉쳐 있다. 중·대선거구제가 해법인지,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하는지, 의원 총수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의 생각은 각자 다르다. 그럼에도 ‘지금의 제도만으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은 같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는 정책 경쟁이나 합의의 장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반대급부만 남기 때문이다.

정치개혁 2050 참여자들은 ‘청년 정치인’으로 먼저 주목받은 이들이다. 이들이 정치개혁을 외친 이유에 대해선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들이 정치제도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한번 더’를 외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현행 정치제도에 대해 “선택지는 두 개고 상대방 발목만 잡으면 이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히 게임의 룰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합의의 정치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며 “합의의 정치가 되면 기후위기, 초고령화, 지방소멸 문제 등을 정치권에서 연합해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거대 양당 체제로 인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텃밭’ 지역이 만들어졌고, 이곳에 공천받기 위해 정치인들이 민심보다는 권력자의 심기 경호에만 앞장선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권력이 권력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동 국민의힘 대변인은 “3개 이상의 주요 정당이 있어야 상호견제가 가능한데 양당 체제에서는 한 당이 무너져버리는 순간 그 기능을 상실한다”며 “민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다당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도 소속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소선거구제 폐지 후 어떤 방식을 할지는 국민과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생각”이라며 “‘국민공론화위원회’ 또는 ‘선거구 획정 위원회’가 전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편은 차기 선거 12개월 전까지 완료돼야 한다. 제22대 총선은 2024년 4월 10일 실시한다. 늦어도 올 4월까지는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 연대체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개혁 2050의 참가자들은 방송 토론을 통해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연속 토론회를 통해 대안을 고민하는 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제도를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를 만들어보겠다는 이들의 활동은 이제 시작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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