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호텔 허와실]"담보대출 이자까지…월108만원 수익보장"

  • 등록 2014-04-22 오전 7:05:27

    수정 2014-04-22 오전 7:05:27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다 팔고 이제 3실만 남았습니다. 빨리 결정하셔야겠네요.”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 1층 입구에서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쪽에 자리한 원탁에 앉았다. 165㎡(50평) 남짓한 실내에는 제주도 섬 모양을 본 딴 대형 조형물과 벽 양편에 가지런히 세워둔 홍보 인쇄물, 그 중심에 상담용 탁자 6개가 놓여 있었다. 5분 뒤 종이 뭉치를 들고 나타난 권영찬(가명) 부장이 이렇게 입을 뗐다.

호텔 투자 상담을 청했다. “잘 오셨어요. 요즘 오피스텔 너무 많죠. 공급 과잉 때문에 수익률이 안 나온다고 호텔로 갈아타신 분들이 많습니다. 투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권 부장이 권하는 투자 상품은 제주 국제공항 근처에 들어설 A호텔이었다.

△최근 제주도 등 관광지에 짓는 호텔 객실을 높은 투자수익률을 앞세워 분양하는 이른바 ‘분양형 호텔’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문 연 한 분양형 호텔 모델하우스에서 방문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제공=뉴시스)
호텔을 분양받는다니 일단 생소하다. 권 부장이 들고 온 두터운 책자를 펼쳤다. “호텔 분양도 아파트, 오피스텔과 다르지 않아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은 우리가 통상 호텔 하면 떠올리기 마련인 ‘관광숙박시설’(관광진흥법 적용)이 아니다. 공중위생관리법이 관리하는 ‘일반 또는 생활형 숙박시설’이다. 관광숙박시설은 객실을 일반에 분양할 수 없지만, 일반·생활형 숙박시설은 분양을 허용한다. 호텔을 짓는 개발 시행사가 신탁회사에 투자자의 계약금과 중도금 등 자금 관리를 맡기고 지급보증서를 발급받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분양받은 호텔 객실은 아파트처럼 내 소유분만 구분 등기한 뒤 위탁업체에 임대해 운영수익을 나눠갖는 구조다.

총 200여실 중 공급면적 40㎡짜리 1실(분양가 1억6000여만원)을 분양받으면 호텔 준공 후 1년간 11%대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고 했다. 연간 수익금이 1700만원을 웃돈다.

“저희가 보장하는 건 ‘실투자금’ 대비 수익률입니다.” 권 부장이 강조했다. 확정 수익률 11%는 은행 대출을 빼고 내가 실제로 들인 돈에 대한 이율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억6000만원(부가세 제외)짜리 호텔 1실을 담보대출 50%를 끼고 분양받으면 나머지 8000만원의 11%(880만원)가 1년간 돌려받는 확정 수익이다. 여기에 담보대출 8000만원에 붙는 이자도 1년간은 업체가 대신 내준다. 연 5% 금리를 적용해 400만원을 지급한다. 1년간 총 1280만원(확정수익+이자지원), 즉 매달 108만원씩 내 통장에 입금된다는 얘기다.

“대출을 안 받겠다면요?” 그럼 수익률이 쪼그라든다. 투자금이 커졌지만 돌려받는 금액은 같기 때문이다. 1억6000만원을 투자해 1년 동안 1280만원을 받으니, 수익률이 연 8%다. “대출 없이 한 채를 분양받느니 대출 50%씩 끼고 두 채 잡으세요. 대출을 많이 받을수록 실투자 금액이 줄고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작은 돈 굴려 많이 남기는 게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기본이죠.” 권 부장이 귀띔했다.

A호텔 모델하우스와 5㎞ 떨어진 B호텔 모델하우스에서 내건 조건은 더 파격적이었다. 제주공항 인근 해안가에 짓는 이 호텔은 분양가는 A호텔과 비슷했다. 하지만 확정 수익 보장기간이 무려 5년이었다. 1억5000만원짜리 객실을 대출 50%를 끼고 분양받으면, 업체가 준공 후 첫해 1200만원(대출 이자 지원 375만원 포함), 이후 4년간 매년 825만원씩을 지급한다. 대출 이자를 뺀 수익금이 5년간 총 3000만원에 이른다. 실투자금 7500만원의 40%를 조기 회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마술’이 정말 가능한 지 의구심이 들었다. B호텔의 이정석(가명) 팀장은 문제 없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 수가 1000만명이 넘습니다. 숙박업소 객실 가동률이 평균 80%에요. 관광객이 이렇게 늘어나는 한, 수익률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리 없습니다.” A·B호텔 모두 현재의 객실 가동률에 근거해 1~2년 뒤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할 신축 호텔의 확정 수익률을 계산하고 있었다.

마술의 효력은 어떻게 보장할까. 결국 종이 한 장이었다. A호텔은 확정수익 지급 보증서를, B호텔은 위탁운영 계약서를 꺼냈다. 법적 효력은 있지만 지급을 확신할 수 없는 채권이었다. 이행보증 장치나 담보물이 없어서다. 확정수익 보장기간이 끝나면 A호텔은 1년마다 위탁업체와 수익률을 조정해 재계약한다고 했다. B호텔은 5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진다.

확정 수익이란 손에 잡힐 듯한 ‘신기루’를 벗기면 호텔 투자도 타 상품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투자란 미래(관광수요)를 내다보는 행위다. 구체적인 금융 조건을 묻자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A호텔 모델하우스에서는 이사가 나타나 먼저 계약한 수분양자들의 명단을 보여줬다. 수익 전망을 밝게 본 계약자가 이렇게 많으니 망설이지 말고 투자에 나서라는 뜻이다.

모델하우스를 떠나기 전, 권 부장이 은근히 속삭였다. “마지막 남은 3실을 계약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황금 열쇠’를 주기로 했습니다.” B호텔의 이 팀장은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임의로 깎아줬다. 일단 100만원만 선입금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나중에 내도 좋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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