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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참여 저조에 ‘쓴소리’
‘언중유골’이라 했던가. 김 상임위원의 깜짝 제안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금융위가 콕 찍어 금융투자업계에 ‘쓴소리’를 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여 부족’ 탓이다.
김 상임위원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보면 금융투자업계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권에서 총 27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했는데 금융투자회사는 2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금투업계 유관기관 2건을 보태도 겨우 4건에 불과해 은행 9건, 카드 7건, 보험 6건에도 못 미친다고 김 위원은 지적했다.
최근 금융위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규제샌드박스’다. 금융규제샌드박스란 신제품이나 신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 프리존’에서 새로운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지난 2016년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금융위는 지난 1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발족하고 앞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대상 서비스를 선정하기로 했다. 당시 공개한 우선 심사대상 19건엔 △은행의 부수 업무에 알뜰폰 판매를 포함해 은행ㆍ통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고 △신용카드로 개인 간 송금서비스도 가능케 하는 등 혁신적인 안들이 포함돼 있다. 최장 4년간 규제 없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어 금융권ㆍ핀테크 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의 ‘경고’에 금투업계 ‘진땀’
최근 1주일 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의 핀테크 관련 행사장을 4곳이나 연달아 방문했고 김용범 부위원장도 최 위원장에 이어 행사장을 방문했다. 가히 ‘핀테크 장관’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금융위 내에서도 금투업계의 참여 저조에 불만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장관이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데 금투업계가 열심히 움직이긴커녕 시큰둥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첨병인 금투업계가 혁신금융서비스에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이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증권사 등 금투업계가 단기 실적에만 매몰되다 보니 투자를 등한시한 채 돈 벌기 쉬운 부동산 투자만 늘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투업계도 금융위가 내비친 ‘함의’를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이데일리 금융투자대상 시상식에서 금융위의 축사는 예사롭지 않은 경고의 문구였다”며 “사실 금융위는 지금이 국내 핀테크 산업 육성에 온 힘을 쏟아부으며 ‘골든타임’이라고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업계가 저조한 결과를 보인다면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