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코오롱 인보사사태,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컨텀점프 이미 진입"
정부바이오육성책, 현장목소리 반영해야 성공
위기의 중소제약사들, 선택과 집중만이 살길
  • 등록 2019-06-04 오전 5:00:00

    수정 2019-06-04 오전 5:00:00

[이데일리 류성 기자]“소의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해서는 안된다. 식약처는 인보사 취소허가 사태를 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계기로 삼아서는 안된다. 극히 일부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제약·바이오 산업 체를 매도해서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에 대한 허가취소가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제약산업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원회장은 “인보사 사태를 국내 제약 인허가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정비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블록버스터들이 무더기로 탄생하는 것을 눈앞에 두고있다. 그야말로 퀀텀점프다. 특히 신약 파이프라인이 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있어 글로벌 제약강국 진입이 현실화되고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미 수직적으로 급성장을 하는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원회장은 “신약기술 수출로 조단위 매출을 돌파하는 제약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상이 대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라고 진단했다.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는 어느 산업보다 오랜 10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간 동북아 변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 머물러 있었다. 업계는 주요 활동무대를 내수시장에 국한했고 해외로는 눈조차 돌리지 못했다. 여기에 신약은 꿈도 못꾸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오리지널약을 베낀 복제약으로 연명해왔다.

세간의 관심밖이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최근들어 대도약의 나래를 펴고 있다. 원회장은 “국내 제약산업 도약의 발판은 신약개발이다”며 “특히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SK바이오팜, abl바이오 등을 선두로 1조원 넘는 기술수출 실적을 올리는 국내업체들이 속속 등장, 달라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도 급성장하는 국내 바이오분야를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대표적 미래성장동력으로 손꼽고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섰다. 지난달에는 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등과 함께 3대 중점육성산업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지금이 우리에게는 바이오헬스 세계시장을 앞서갈 최적의 기회이다”며 “머지않아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도 나올 것이다”고 확신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수장인 원희목 회장을 만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했는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악재들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 프로세스, 인허가 행정 시스템등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제약강국으로의 도약도 더욱 앞당길수 있다.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여기는데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런 악재들이 발생했다고 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악해서는 안된다. 잘못되거나 허술한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극히 일부에서 벌어진 일을 제약산업 전체가 잘못된 것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일로 전체적인 상승세에 찬물을 끼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 문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집중육성하겠다며 잇달아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현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제약바이오 육성을 100대 국정과제 공약으로 선정하며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에는 문대통령이 직접나서 국민들에게 정부가 의약품이 중심이 되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약속을 했으니 구호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번에 정부는 주력산업 육성방안으로 연구개발(R&D)투자 확대, 세제지원, 인허가 심사기간 단축,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업계가 그간 글로벌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해 왔던 주요 사안들을 포함시켰다. 업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이유다. 향후 정부가 중점적으로 실천해야할 과제는 근시안적이거나 실적 발표용이 아닌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적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 정부의 바이오헬스 육성정책이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먼저 정부지원 대상을 객관적이고 적확하게 파악, 선정할수 있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 위원회를 구성해 여기서 주요한 의사결정을 할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여기에 이 위원회를 통해 산업계 현장의 의견과 요구사항이 뭔지를 파악해 이를 정책결정 및 집행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예전처럼 관련 부처 장관이 제약산업을 육성하라는 훈시만으로 끝나서는 아무런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제약육성정책이 실현되려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답을 찾는게 지름길이다.

- 현정부의 제약·바이오 산업육성 정책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낼수 있다고 보는가.

△성과를 내기 위한 명확한 방향설정과 그에 따른 방법론이 수반돼야 성공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처간의 칸막이부터 없애야 한다.

특히 R&D 자금지원 등 제약·바이오 산업육성 관련한 정부업무가 현재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부 등으로 쪼개져 있는데 이를 통합운영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통합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게 되면 제약·바이오 산업육성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코오롱 인보사 사태에 대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런 악재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개발 프로세스, 인허가 행정 시스템등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진환 기자
- 조만간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진입할수 있는 1순위 후보군을 꼽는다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제약사로 진입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미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기술을 수출, 기술력을 검증받은 제약사들이 1순위 후보군이다. 한미약품(128940)을 선두로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 종근당(185750), JW중외제약(001060), 에이비엘바이오(298380)등이 글로벌 제약사 도약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볼수 있다.

-정부가 제약사들이 공동으로 복제약을 개발해 판매허가를 받는 이른바 ‘공동생동’ 제도 폐지,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등을 시행하면서 중소제약사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데 .

△이제 중소제약사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살아남을수 있는 시대가 왔다. 잘 할 수 있는 품목과 분야에만 집중해야 한다. 예전처럼 다른 약과 차별화되지 않는 제네릭으로 사업을 지속하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효능을 지닌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국제규격에 맞는 의약품을 들고 해외 시장에 나가야 한다. 요컨대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차별화 확보만이 중소제약사들의 생존을 보장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특수성이 있는데...

제약 바이오산업은 인프라에서부터 연구개발, 임상시험,주요 질환에 대한 신약개발 경쟁력 등 산업 전 분야가 골고루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른 산업처럼 어느 한 두분야만 잘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업계가 앞장서고 정부, 연구소, 학계 등이 총망라돼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결집해야만 한다.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른바 ‘토털 사커’와 같은 치밀한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산업은 사회적 역할과 경제적 역할이라는 두가지 책무를 지니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 사회적 책무는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제약주권’과 맞닿아 있다. 과거 타미플루 사태에서 보듯 전염병이 창궐하는데 이를 치료할 약을 만들수 없으면 다른 국가에 애걸복걸하는 사태가 벌어질수 있다.

여기에 비즈니스를 통해 국가경제를 부강하게 해야하는 경제적 역할은 제약·바이오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약산업은 전 산업을 통틀어 가장 보람을 느끼면서도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산업 분야라고 할수 있다.

◇원희목 회장은

195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강원대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동아제약 개발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 서울 강남구약사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대외활동을 벌여왔다.

제33대,34대 대한약사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약분쟁, 의약분업, 약대6년제 전환 등 굵직굵직한 현안등을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대의명분에 걸맞게 처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2008년에는 새누리당 제18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제약산업지원육성특별법 제정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였다. 2017년 제21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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