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15초 영상혁명' 틱톡은 어떻게 미국을 흔들었나

1983년생 장이밍(張一鳴) 회장이 창업..이용자 5억명 달해
틱톡서 인기몰이 덕에 빌보드차트서 19주 연속 1위 기염
美의회 틱톡이 안보 위협 주장에 트럼프 행정부 조사 착수
  • 등록 2019-11-11 오전 1:00:00

    수정 2019-11-11 오전 1:00:00

△장이밍 바이트댄스 회장이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2018년 11월 11일 베이징 바이트댄스 본사에서 틱톡 영상을 찍고 있다.[사진= AP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정다슬 기자] 올해 미국 빌보드에서는 팝 역사를 뒤바꿀 사건이 터졌다. 무명의 래퍼였던 20세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무려 19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빌보드 역사상 최장 기록이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회 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의 힘이었다.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12월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load)’라는 곡을 만들었다. 그런데 올 봄부터 올드타운로드를 배경음으로 깔고 카우보이 복장으로 춤을 추는 15초 짜리 영상 만들기가 틱톡에서 유행했다. 너나없이 영상을 제작해 올리다보니 올드타운로드의 인기도 치솟았다. 릴 나스 엑스는 “틱톡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2016년 중국에서 출발한 틱톡은 짧지만 재미있는 영상을 누구나 손쉽게 제작해 올릴 수 있는 영상 플랫폼이다.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출시 3년 만에 중국 내 일일 활성 이용자수(하루에 한 번이라도 접속하는 사람)는 2억5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전세계 이용자는 월간 5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리포트는 현재 틱톡이 기업가치 780억달러(약 90조원) 수준으로 전세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중 두 번째로 비싼 기업으로 추정했다. 1위는 중국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틱톡을 만든 틱톡을 만든 장이밍(張一鳴) 바이트댄스 회장(37세)은 전 세계에서 98위, 중국에서 9번째 부자로 꼽힌다.

“끊임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라”

장 회장은 창업 초기 텐센트와 바이두의 투자를 거절한 일로 유명하다. 그는 거대 기업의 자본을 받아들임으로써 통제를 받기보다는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 기업 가치를 오래 이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이 골라주는 맞춤 뉴스 어플리케이션(앱)인 진르토우티아오다. 7년 전 장 회장이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았을 때 세쿼이아 캐피탈 등 투자자들은 회의적이었다. 이미 구글조차도 뉴스를 통한 수익 창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29세의 중국인 청년 사업가 성공할 수 있겠냐는 너무나 당연한 의심이었다.

그러나 당시 장 회장은 중국 인터넷 이용자가 정부의 검열로 자신들이 관심 있는 정보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진르토우티아오는 대성공을 거뒀다. 소비자가 단순히 검색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도 깨닫지 못하고 있던 관심사와 욕구를 AI를 통해 분석해 적극적으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식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개입하지 않는’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로부터 검열받지 않은 정보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여러 번 경고를 받았고 장 회장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코미디 동영상앱 ‘네이한돤즈’와 ‘콰이서’는 결국 중국당국의 검열에 걸려 폐쇄됐다.

그러나 AI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한다는 방침 아래 바이트댄스는 다양한 앱을 출시했다. 틱톡은 이 중 가장 성공한 모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붙잡아둘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재미있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장 회장을 말한다. 바이트댄스에서는 장 회장을 비롯해 전 직원이 틱톡을 통해 일정 수 이상의 ‘좋아요’를 얻어야 한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 그만큼 팔굽혀펴기를 해야 한다. 장 회장은 “이것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틱톡 견제 나선 美정부…제의2의 화웨이 되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전략은 국경을 넘어서도 유효했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거대 인터넷 기업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였지만 그 영향력은 어디까지나 중국이라는 제한적인 영토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틱톡은 다르다.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만 2650만명이 사용한다. 틱톡앱 누적 다운로드횟수는 10억회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일 기사에서 “틱톡은 디지털 철의 장막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며 “처음으로 미국인들을 중국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가 영향을 미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튜브를 위협할 유일한 경쟁상대라는 평가를 받던 틱톡의 앞길에 예상 밖 장애물이 등장했다. 세계 경제 패권을 두고 중국을 견제해온 미국 정부다.

지난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틱톡의 제작사인 바이트댄스 상장 가능성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틱톡의 질주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고속성장의 발판이던 ‘뮤지컬리’ 인수다. 틱톡은 2017년 미국의 립싱크 애플리케이션(앱) 뮤지컬리를 10억달러(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틱톡은 뮤지컬리 인수를 계기로 이용자를 대폭 확대했다.

문제는 지난달 공화당 소속의 마르코 루비오 의원이 틱톡이 뮤지컬리를 인수한 이후 이를 틱톡에 통합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납득하기 힘들다며 조사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받아들인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틱톡의 뮤리컬리 인수 과정과 이후 활용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CFIUS가 틱톡의 국가안보위협 가능성을 인정하면 바이트댄스의 뮤지컬리 인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이 경우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과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난달 국가정보국(DNI)에 서한을 보내 틱톡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틱톡이 수집한 방대한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가 임의대로 활용할 경우 국가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틱톡이 국가 안보를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지 못하다고 해도 끝나지 않는다. 미국 의회와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제2의 화웨이’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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