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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기자24시]의원님 뒤에 ‘대포’ 있어요

‘윤영찬 포털 갑질’ 잡아낸 사진 한 장
딴짓 포착되거나 정책 현안 유출… 때로 역이용하기도
‘훔쳐보기’ 일부 지적 있으나 국회 본회의장은 공무 영역
  • 등록 2020-09-13 오전 6:00:00

    수정 2020-09-13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이 있던 지난 8일, 한 장의 사진이 정치권을 흔들었습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털사이트 카카오의 뉴스 편집을 놓고 보좌진과 나눈 대화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겨 보도되면서입니다. 청와대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 포털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이후 윤 의원이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사과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톡 뉴스에 실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뉴스에 대해 보좌진과 메신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화제의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촬영됐습니다. 의원석 뒤편 십수미터 떨어진 곳에서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포착했습니다. 윤 의원의 자리가 비교적 뒤편이라 스마트폰 화면이 금방 눈에 띄었을 겁니다. 본회의 중 국회의원이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면 누구라도 시선이 갔을 겁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국회의원의 밀담이나 혹은 엉뚱한 딴 짓이 언론사 카메라에 담기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윤 의원의 사례뿐만 아니라 회의 도중 누드사진을 보거나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다 덜미가 잡히기도 했습니다. 정책 현안에 대해 동료 의원들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다 내용이 새나가는 일도 빈번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탄핵을 요구하는 문자 폭탄을 보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이 보도된 게 대표적입니다.

촬영을 위해 기자들은 속칭 ‘대포’라 불리는 커다란 망원렌즈를 씁니다. 멀리 있는 사물을 가까운 곳에 찍은 듯 촬영하는 장비인데 말 그대로 정치인에게 대포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사진은 힘이 셉니다. 부인하기 힘든 ‘팩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 속 문자메시지를 찍은 사진에서 정치가 감추고 싶었던 이면을 엿봅니다. 윤 의원의 사례 역시 단순히 보좌진과의 대화뿐일 것이라 판단하는 이는 찾기 힘듭니다.

불편한 사진이 공개된 국회의원들은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모습이거나 종종 사생활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이미지가 보도되는 것을 반기는 정치인은 없습니다.

이러한 취재방식이 몰래 훔쳐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국회는 사적인 영역이 아닌데다 본회의에 참여하는 엄연히 공무에 해당하는 것이거든요.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와중에도 300명에 이르는 국회의원이 한자리 모이는 것 역시 공적인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국회가 낯선 모 초선의원은 촬영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특수 필름을 부착했습니다. 유출될 경우 감당하기 힘든 정보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오가기에 미리 조심하자는 의미였습니다. 효과가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아직은 찍히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역이용하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상대에 불리한 정치적 메시지를 일부러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유력 대권주자나 핵심 정치인과의 유대관계를 알리는 용도로도 활용됩니다.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공판이 있던 날, ‘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은 유난히 말쑥한 차림이었습니다. 기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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