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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채 뜯기는 폭행 당해도 공무원은 오늘도 참습니다"

3명이 석달간 5142주차 민원
1명이 17년간 떼쓰기 민원 넣기도
폭탄민원 처리로 행정력 낭비 심화
민원대응 매뉴얼 실효성 도마에
  • 등록 2021-03-24 오전 5:50:00

    수정 2021-03-24 오전 6:29:1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서울 ○○구 △△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A주무관은 작년 6월 민원인 B씨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충격으로 9개월째 휴직 상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인 판정을 받지 못한 B씨는 해당 주민센터에 수차례 찾아와 장애인 인정을 요구하며 A주무관을 압박했고, 끝내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폭행을 행사했다. 응급실에 실려간 A주무관은 아직도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 증상을 보여 치료 중이다.

서울 ○○구 복지담당 C팀장은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17년간 주민 B씨의 민원 신고 타깃이 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D씨가 파출부로 일해 번 소득을 파악해 두 달간 생계비를 감액한 게 악연의 시작이었다. D씨는 C씨의 업무가 불편·부당할 뿐만 아니라 불친절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구청과 서울시에 수차례 제출했고 이후 C씨를 고소까지 했다. 검찰에서 각하 처분이 내려진 뒤에도 지금까지 구청을 상대로 줄기차게 A팀장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악성민원과 민원인의 폭언·폭행이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악성민원의 상당수가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떼쓰기성 반복민원인 경우가 많아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결국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서울시 자치구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공무원노조 강북지부가 구청 직원 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5%는 ‘최근 1년 동안 악성민원인으로 인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직원들은 민원인 응대 시 가장 힘든 점으로 45%가 ‘법률 등 규정상 안 되는 상황을 처리해 달라는 끊임없는 요구’를 꼽았다. 이어 욕설과 반말 등 민원인의 무례한 태도(39%), 대화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10%) 순으로 나타났다.

강북구의 설문조사 결과는 악성민원으로 멍들고 있는 일선 현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악성민원의 상당수는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이웃 간 분쟁으로 인한 불만으로 야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주차나 쓰레기, 불법 건축물 관련 민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또 본인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반복민원을 넣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불친절하다’며 공무원의 태도를 문제 삼아 끈질기게 물고 넘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동구는 민원인 3명이 지난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간 5142건의 주차단속 민원을 제기했다. 같은 기간 구청에 제기된 주차단속 민원의 26%에 해당한다. 다른 자치구 역시 특정 민원인들이 주차 문제로 민원 폭탄을 던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천 건에 달하는 폭탄민원 처리로 행정력 낭비는 심화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대응매뉴얼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공직자 민원응대 매뉴얼에 따르면 대면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1단계 진정요청, 2단계 경고를 거쳐야 경찰에 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위험물 소지자가 급습하거나 폭력 행사 등 신변을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녹취 고지의 경우도 녹음 안내 당일에만 ‘반짝 효과’를 낼 뿐 다음날 또다시 욕설과 폭언, 고성 등이 오가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채장원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악성민원은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이에 시달린 공무원들은 피해의식 때문에 평범한 민원을 처리할 때도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민원대응 매뉴얼에 다양한 현장 사례를 반영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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