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안전 공약' 무색..공공기관 발주공사 산재 사고로 이어져

[공공기관 대해부]⑤산업재해 예방
공공기관 너 마저’…산재 사망사고 1년 만에 다시 증가
김용균법 시행에도 발주자인 공공기관의 안전책임 의식 ‘미흡’
‘공공기관도 못하는데’…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불만 커져
  • 등록 2021-05-04 오전 5:00:00

    수정 2021-05-04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훈 이명철 기자]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1000여명 수준에 달하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를 500명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82명으로 전년 대비 27명이 되려 늘면서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특히 정부의 시책을 앞장서서 실현해야 할 공공기관까지도 산재 사망자를 줄이는데 실패했다.

정부와 전문가 모두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 산재가 늘어난 원인으로 공공기관의 산재예방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내년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한 경영계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산재사망ㆍ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 너 마저’…산재 사망사고 1년 만에 다시 증가

3일 이데일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2018년~2020년 공공기관 발주공사 재해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25개 공공기관(한해 공사발주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31명의 근로자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공기관 산재 사망사고 현황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내린 수치를 집계한 것으로 지난 2019년(25명)보다 5명이 늘었다.

앞서 지난 2019년 공공기관 발주공사로 인한 산재 사고사망자가 25명으로 전년 대비(47명) 대폭 줄어들면서 정부의 산재 감축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19년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시행됐다. 개정법에는 원청 사업주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사업 발주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확인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작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공공 기관 경영진을 문책하겠다”고 경고하고, 정부는 대대적인 산재 감축 정책을 벌였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공공기관 발주공사부터 산재 사망사고가 다시 늘었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공공기관은 5곳에 달했다.

이중 2019년 대비 산재 사망사고가 오히려 늘어난 기관 3곳으로 △한국전력공사(7명) △한국토지주택공사(6명) △국가철도공단(4명) 등이다. 다만 한전은 근로복지공단 서류 처리 시차 등으로 지난해 실제 산재 사고사망자는 5명이라고 전했다. 국가철도공단과 한국중부발전, 한국가스공사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실제 사고사망자는 각각 3명과 1명, 0명이라고 해명했다.

김용균법 시행에도 발주자인 공공기관의 안전책임 의식 ‘미흡’

고용부는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대비 지난해 현장 점검이 줄긴 했지만 산재 사망사고가 증가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산재는 대부분 발주공사에서 발생하는데, 발주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 책임이 미흡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개정 산안법의 통과로 발주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체계 책임이 강화됐음에도 공공기관의 안전관리에 관한 의식이 높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9년 시행된 개정 산안법 제67조에 따르면 발주자는 건설공사에서 계획단계에서 기본안전관리대장을 작성하고 설계자의 설계안전보건대장, 시공자의 공사안전보건대장을 확인하고 점검할 책임이 있다. 특히 발주자는 산정된 공사 기간을 단축하거나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공법을 변경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는 “발주자는 공사기간과 금액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지시를 위반하거나 사고가 나면 재계약할 때 감점 혹은 입찰 제한이 있는 만큼 영향력이 크다”며 “위험 기구, 기계 설비의 제작할 때부터 안전 비용이 필요하지만 최저가 입찰 등으로 안전 비용이 줄어들면서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나마 공공기관은 해마다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체계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면서도 “그동안의 경영평가가 발전이나 실적 위주로 평가하면서 산재 예방에 대한 부분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산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실재 예방효과를 보기 위해선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공공기관들 “안전보건관리체계 갖추고 산재 줄일 것”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공공기관들도 올해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보강하고 산재 사고 감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8년(12명) 대비 2019년과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지만, ‘공사차량의 현장 밖 사고’나 ‘비인가 작업 중 사고’ 등 중점 관리 대상에서 벗어난 사고 재해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발주자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하에 시공사, 하도급사가 함께하는 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LH는 발주자로서 안전 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공사비, 공사기간이 부족하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선 연결 등의 작업에서 주로 산재 사고가 발생하는 한전도 산재 예방을 위해 매년 안전경영책임계획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홍보, 교육을 통해 직원 및 협력회사의 안전 마인드를 확산해 안전문화 내재화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작업현장의 위험성을 개선하는 등 중대재해 예방활동을 시행해 생명·안전 최우선 일터를 만들어 가겠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의 건설과 기존 고속도로의 유지보수 과정에서 주로 산재가 발생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조직 내 안전혁신처를 신설하는 등 안전조직을 보강하고, 소규모 유지관리 공사의 위험도, 안전관리 난이도 등을 검토해 안전관리자를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9월부터 건설현장의 안전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여 제거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철도공사도 발주공사 관련 작업자도 공사 직원과 동등하게 관리하고 작업장 환경 개선 등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공공기관도 못하는데’…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불만 커져

한편 내년부터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까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산재 감축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부터 산재 사망사고 감축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상 발주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발주자로서 공공기관은 산재 예방을 위한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중대재해법에서 발주자가 처벌 대상에 빠진 것은 산업 재해로 인한 처벌의 범위가 무제한으로 넓어지는 것을 우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발주자의 처벌 제외가 책임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이어 “특히 공공기관은 국가의 시책을 앞장서서 실현할 의무가 있고, 현재 정부가 중대재해법까지 만들어서 산재 예방 나선 상황”이라며 “정작 공공기관이 발주자라고 안전 관련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용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그런 관점에서 공공기관이 선도적인 모델로서 작용할 수 있는 산재 예방조치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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