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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원장 "기업 주도 성장으로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만났습니다]①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윤석열 정부, 민간투자 활성화 '긍정적'…혜택 골고루 퍼지게
기업 주도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중소기업간 치열한 경쟁 필요
R&D 지원 퍼주기보다 공유 플랫폼 활용…판로 확대 정책 우선
소상공인 600만원 지급…'선택지 넓혔으면' 아쉬움도
  • 등록 2022-06-01 오전 6:15:00

    수정 2022-06-01 오전 6:15:00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정부가 나서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하나의 성장 주체로 삼아야 합니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3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무조건 보호와 육성의 대상이라는 개념부터 깨야 한다. 중소기업들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최소한의 보호를 통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도록 하고, 이후 대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원장은 ‘민간 투자 활성화’를 천명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출범 후 추진 중인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최소 600만원 지급, 하반기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 등의 정책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규제 완화나 민간 투자가 일부 업종의 벤처기업에만 몰릴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대다수 중소기업도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넓게 보고 혜택에서 소외된 기업을 찾아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이런 부분을 촘촘하게 잘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속한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원 방식에 있어 일괄적인 현금 지급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여러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그중에 하나를 소상공인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손실보전금을 현금으로 받던가, 아니면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 여러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으면 정부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고 한계기업 정리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납품단가 연동제도 표준계약서에 협상권을 명시해 첨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더 이상은 시장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중 보완할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지원 방식을 변경하고 판로 확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R&D 지원만 퍼주기보다 독일처럼 공유 플랫폼을 통해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갖다 쓰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판로 확대를 위해서는 공영홈쇼핑 같은 창구를 더 많이 만들어주고, 중소기업유통센터의 행복한 백화점에 더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원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 민간 투자 활성화를 천명했는데 중소기업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정책 방향은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데, 역대 정부도 이를 주장하지 않은 적이 없다. 왜 잘 이뤄지지 않았는가를 뜯어봐야 한다. 규제 완화나 민간 투자가 일부 벤처기업에만 몰릴 수 있어 대부분 중소기업도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넓게 봐야 한다. 일부 기업에 투자가 몰렸을 때 소외된 기업을 찾아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이런 부분을 촘촘하게 잘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최소 600만원 지급, 하반기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바라볼 책무가 있다.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풀기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추가 지원 요청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였다. 소상공인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원금을 현금으로 받던가, 아니면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 여러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으면 정부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고 한계기업 정리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의 경우 정부가 나서 추진하는 것은 잘했다고 보지만, 납품가에 시장 가격을 일률적인 산식으로 적용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성향이 강하다. 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식만 해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에 협상권을 첨부하는 것이 최선으로, 더 이상은 시장을 훼손할 수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가운데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지.

△중소기업 내 경쟁 활성화를 위해 R&D 지원만 퍼주기보다 독일처럼 공유 플랫폼을 통해 기존에 개발된 기술을 갖다 쓰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R&D 지원 결과물을 공공재로 취급하고, 플랫폼 위에 올려놔 모든 기업들이 싼 가격에 갖다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은 저작권처럼 사용료를 받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계속 다른 R&D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또 판로 확대 정책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판로 정책은 중소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바로 반영돼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온다. 공영홈쇼핑 같은 판매 창구를 더 많이 만들어주고, 중소기업유통센터의 행복한 백화점에 더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중소기업 정책을 민간 주도 혁신성장 관점에서 재설계한다’고 내걸었는데, 이는 어떤 의미로 보는지.

△여기서 말하는 민간이라는 것은 기업이라는 의미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 성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무조건 보호와 육성의 대상이라는 개념부터 깨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 낙수효과를 통해 파이를 나눠주게 하지 말고,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경쟁하면 클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 중소기업 스스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자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는 최소한의 보호를 통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창업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람을 보호해주고, 그 안에서 중소기업과 계속 경쟁하게 밀어줘야 한다. 이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면 대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이게 시장경제론적으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방향이다.

-‘예비 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까지 완결형 벤처 생태계 구현’도 국정과제에 포함됐는데, 이는 어떻게 보는지.

△산업 중심의 정책은 정부 부처별로 생산요소를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기업 중심 정책에서는 부처 간 협력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중요하다. 벤처 생태계에는 18개 부처의 정책이 연관돼 있는데, 현재 거버넌스 구조에서는 중소벤처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기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 부총리’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 밑에서 각 부처가 협력하는 방식의 구조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정책심의회도 활성화해야 하는데,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돼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오 원장은…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미국 하와이대 정치학·경제학, 한국외대 중국경제학(석사)·성균관대 국제경제학(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전문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현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글로벌경영실 연구위원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제8대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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