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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집시법 개정, 국민 기본권 보장이 먼저다

  • 등록 2022-06-21 오전 6:15:00

    수정 2022-06-21 오전 10:46:20

[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집회·시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4월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근처에서는 보수단체와 유튜버들이 고성과 욕설 시위를 벌이고 있고, 이에 대한 맞불 격으로 지난 14일부터는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 서울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확성기와 스피커를 동원한시위를 시작했으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연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과열된 시위로 인근 주민들은 소음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시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됨에 따라 집회·시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해결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바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이다. 벌써 7개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민주당 개정안에는 ‘전 대통령의 사저’를, 국민의힘 개정안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 장소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정치(精緻)하지 못한 집시법 개정은 오히려 기본권 침해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 1962년에 제정된 집시법은 민주화와 더불어 점차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집회·시위는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써 권력에 대항해 이뤄지기에 집회·시위의 자유는 권력과의 투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집시법을 반정부 시위를 옥죄는 수단으로 이용했고, 특히 전두환 정권에서는 집시법 규정을 들어 정부 입장에서 ‘불온한’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이후 잇따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집시법은 점차 헌법에 부합하도록 집회·시위의 자유를 널리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국회의사당 200m 이내의 시위를 금지하는 것에서, 100m 이내로, 2018년에는 100m 이내 장소에서도 가능해지도록 개정되면서 장소에 대한 금지도 축소돼 갔다.

그런데 민주화가 이뤄진 지금의 집회·시위는 그 양상이 다르다. 권력을 견제하고 권력에 대항하는 정치적 표현의 수단이라기보다는 괴롭힘이나 보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이뤄지는 시위만 봐도 의사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욕설과 고성이 오고가는 보수·진보 진영 간 싸움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위 장소 인근에 사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결국 지금의 집회·시위는 국민과 권력과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집회·시위의 자유와 인근 주민들의 사생활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구도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집회·시위의 제한은 이 충돌하는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국민도 어느 정도 집회 소음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수인해야 하는 소음의 정도와 범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 변화에 맞춰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용인되는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수단이 한정적이었던 예전과 달리 현재는 정보 통신 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표현이 가능해졌기에 집회·시위가 유일무이한 가치를 갖는 정치적 표현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인 이념보다는 개인의 삶과 안정이 중요해졌기에 주변 주민들의 사생활의 평온도 집회·시위만큼이나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갖는다.

이에 집시법 시행령에서 마련하고 있는 소음 기준이나 시위 도구의 제한을 변화된 사회 추세에 맞게 상향하거나 재정비 하는 것이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미국도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에서의 집회·시위는 널리 허용하지만 확성기 같은 음향기기 사용이나 소음 기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처럼 집회를 금지하는 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나 대통령 집무실을 추가하는 것은 지금까지 민주화 투쟁으로 애써 이뤄낸 집회·시위의 자유의 역사에 역행하는 것일 뿐 실질적으로 국민을 위한 방안이 아니다. 정치적 비호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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