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탈옥수 지강헌과 영화 기생충

  • 등록 2022-09-28 오전 6:00:00

    수정 2022-09-28 오전 6:00:00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이미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11조 1항이다. 다만 모든 국민의 법적 평등을 보장한다는 건 헌법적 이상일 뿐이다. 현실은 180도 다르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반박이 바로 나온다. 서울올림픽 성공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1988년 10월 어느 날 오후였다. 때아닌 인질극이 TV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배우 최민수 주연의 영화 ‘홀리데이’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이었다. 탈옥수 지강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다. 흉악범이었지만 비참한 최후에 ‘스톡홀롬 증후군’마저 일었다. ‘유전무죄’는 이후 누구나 다 아는 고사성어 수준의 유행어가 돼버렸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흘렀다. 한국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다만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건 없다. 국민 대부분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 죄를 지어도 돈과 권력만 있다면 무죄로 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의 경우는 너무 가혹하다. 단돈 800원을 횡령했던 버스기사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대표적이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인가”라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법적 불평등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빈부격차 심화에 따라 새로운 불평등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 앞에서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대한민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헌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적이다. 우리사회에 깊고 짙은 상처를 남겼던 세월호참사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반면교사는 없었다.

지난 8월 수도권 폭우사태는 불편한 진실을 노출했다. 부자는 외제차를, 가난한 사람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일가족 참사 이야기다. 영화 기생충이 그려낸 현실은 영화적 미학이 아니라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9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을 당시에는 재난에 수도권과 지방이 따로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활고를 겪었던 수원 세모녀의 비극은 과거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울러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사고에서 참변을 당한 이들은 모두 하청·용역노동자들이었다. 김용균씨 사망사고나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에도 ‘위험의 외주화’는 큰 개선이 없었다.

한국사회는 이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유동성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진통은 예측불허다. 제2의 IMF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 저소득층일수록 더위와 추위를 온몸으로 겪어야 한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상상도못할 끔찍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극을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모든 국민은 재난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거주 지역, 부와 권력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태풍·지진·홍수·산불 등 자연재해나 대형참사 및 사회적 재난에서 차별받지 아니하고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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