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품단가연동제 시범운영해보니…산업계 "시장 왜곡 부작용 우려"

납품단가연동제 시범운영 내년 2월까지 335개 기업 참여
"가격 자율 결정 시장경제 원리인데 법으로 강제해 문제"
"가격 변동성 작거나 없을 때 고정단가가 더 효율적"
"산업생태계 약화시켜 중소기업 피해 가중시킬 것"
  • 등록 2022-09-29 오전 5:00:00

    수정 2022-09-29 오전 5:00:00

[이데일리 신민준 박순엽 기자] “납품단가연동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는 가격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이다.” (대기업 한 관계자)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납품단가연동제가 시범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민간 기업의 계약 관계에 사실상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인 만큼 시장경제 원리가 훼손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는 납품단가연동제의 기본 취지에 공감하지만 향후 본격 시행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28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납품단가연동제는 지난 14일부터 시범운영되고 있다. 남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 종료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위탁기업) 41개와 중소기업(수탁기업) 294개 등 총 335개의 기업들이 참여한다. 납품단가연동제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계약에서 원자재 가격을 납품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산업계가 남품단가연동제를 시범운영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시장 왜곡 현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계약은 민간의 영역이다. 단가연동 조항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하는 셈”이라며 “시장 상황이 수시로 변하고 납품 물량과 시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상황이 변할 때마다 매번 계약서를 작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변동성이 클 경우 납품단가연동제가 기업들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작거나 없을 때는 고정단가로 복잡한 계약과 집행 등에 따른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가격이 하락세일 경우 납품단가연동제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도 낮춰야 하느냐는 형평성 문제를 놓고 기업간 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소재나 부품의 경우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공인된 가격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자동차 부품이 1만~3만개, 휴대전화 부품이 1000개에 달할 정도로 기업과 상황이 다양한데 모든 계약서에 일괄적으로 얼마씩 납품단가를 올리라고 법제화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대기업들이 납품단가연동제에 따른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직접 업무를 수행해 중소기업의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과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납품단가연동제의 부작용으로 꼽았다. 결국 납품단가연동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국내 산업생태계를 약화시켜 중소기업의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이를 납품가격에 반영하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 수요가 기존보다 1.4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노동에 대한 수요도 줄어 총 4만7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도 0.2% 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간의 계약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근본적으로 협상력 격차를 완화하고 남용 행위를 규율하는 것에 정책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자율추진 협약식을 마찬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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