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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고물가 동시에…‘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30일 이데일리가 경제학자, 경제연구소 연구원,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경제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경기진단 및 정책 방향’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1%(19명)는 내년 1%대 저성장을, 71%(15명)은 3~4%대 고물가를 예상했다. 이들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막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 마련을 제안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11명(52.4%)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 2.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보다 낮은 1.0~ 1.5%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한 전문가도 8명(38.1%)이나 됐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은 1%대 성장을 전망한 셈이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9년(0.8%)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 물가는 3%대라는 전망이 15명(71.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4% 이상을 예상한 전문가도 3명(14.3%)이나 나왔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수렴하는 시기로는 2024년을 제시한 응답자가 9명(42.9%)으로 가장 많았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물가 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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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외교 강화·규제개혁으로 수출부진 대응”
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1%대 초저성장 시기에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21명의 전문가 중 76.2%(16명)가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을 크게 우려했다, 이들은 한국경제 성장 동력인 수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을 강조하며 △경제외교 강화 △규제개혁 △생산성 향상 등을 해법으로 꼽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인한 한국산 전기 자동차 보조금 지급 배제,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법 시행으로 1년 뒤 중국으로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등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민간주도 혁신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과감하고 창의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무리한 설비투자 활성화보다는 초격차 및 디지털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란히 ‘시장 다변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 최대 교역국인 대중(對中) 수출이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 정부와 기업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외에도 장기적 관점에서의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법인세 인하 등도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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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안정·신용경색 완화 최우선”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정책을 ‘물가 등 민생경제 안정’(10명·47.6%)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경기 회복보다 물가안정 정책을 우선해야 물가 상승이 주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양책을 통해 내년 경기 침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기조로 선회해야 할 것”이라며 “산업별, 시장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은 정부 정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