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으로 일할 인구 늘려야..일터도 고령 친화적 환경 조성 필요”[ESF 2023]

①이삼식 인구보건협회장 인터뷰
635만 베이비부버 10년 후 은퇴하는데
일자리 물려받을 청년은 418만명 그쳐
고용난 막으려면 정년 연장 불가피
10년 걸쳐 '2년에 1세씩' 늘려야
  • 등록 2023-05-16 오전 5:30:00

    수정 2023-05-16 오전 5:30: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일본에서는 지난 2007년 대규모 은퇴자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불리는 ‘단카이(團塊) 세대’의 정년퇴직이 본격화했지만 그들의 일자리를 물려받을 청년 수가 적어, 기업들이 고용 부족에 시달리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내에서는 ‘2007년 문제’라는 키워드가 생겼을 정도로 큰 사회적 이슈였다. 일본은 문제를 해결을 위해 당시 60세로 된 정년을 65세로 늘리며 일하는 인구를 확대했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8년~1974년생) 정년이 10년 안으로 다가왔으나, 이들의 일을 이어받을 청년 인구는 현저히 적어 고용부족이 닥칠 위기에 놓였다. 국내 2차 베이비부머의 인구는 약 635만명인 반면 예비 경제활동인구(2005년~2013년생)로 불리는 청년들은 고작 418만명에 불과하다. 약 200만명이 차지하던 일자리는 빈자리로 남게 된다. 한국의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적절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삼식 인구협회장 인터뷰, 만났습니다
◆2030년 노동인구 부족시기 도래

인구학 전문가인 이삼식 인구보건협회 회장은 ‘국내 정년연장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앞선 선진국들의 사례를 되짚어 봤을 때, 지금부터 시작해야 미래 경제인구 부족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1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구학적 구조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전쟁을 겪은 나라가 베이비붐 현상을 겪는다”며 “전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 대해 교육이나 복지 등 많은 것을 쏟아붓기 때문에 출산율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그 뒤부터는 국가가 재정적 압박으로, 뒷 세대에 대한 지원을 차별화하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출생자 수를 줄이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앞 세대가 은퇴한 이후부터 노동력 부족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정년 연장 등 앞당기는 정책을 편다”고 전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전쟁을 겪은 국가다. 한국 전쟁 직후에 생겨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미 은퇴를 했지만 그들이 낳은 자녀들의 규모가 상당했다. 이들이 바로 2차 베이비부머다.

이 회장은 “현재 국내의 경우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동시장의 주축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에게 갈 일자리가 돌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정년을 맞는 2030년대 초중반이 되면, 노동 인력이 본격적으로 부족해지는 시기가 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따져봤을 때 한국의 정년 연장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시스템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일시에 5년을 한꺼번에 올릴 수는 없고 2년마다 1세씩 (정년을)올려 10년 정도 기간을 둬야 한다. 그러면 경제인구 부족이 다가오는 2030년과 정년연장이 궤를 같이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선진국 이미 정년연장 논의 시작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정년연장을 시작하며, 일하는 인구를 늘려왔다. 쏟아져 나오는 은퇴자를 일하는 인구로 만들고 청년이 일할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확보했다. 실제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한 미국은 1978년 70세로 올렸고 1986년에는 정년이라는 개념을 없애버렸다. 정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영국도 2011년 연령 차별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정년을 없앴다. 앞서 언급한 일본은 법적 정년은 65세지만 근로자가 원할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독일은 2029년까지 정년이 65세에서 67세로 늦춘다. 프랑스의 경우 현재 62세인 정년을 64세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국의 경우 정년연장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 테이블에는 오르지 못한 상태다. 특히 현재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어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삼식 회장은 “이론적으로 총량 고정이라고 해서 일정 수준의 일자리가 있는데 (경제 인구가 풍부하게 되면) 세대 갈등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며 “원만한 사회라면, 고령자들이 현직에서 퇴직한 뒤 자원봉사 등 사회적 일자리 자원으로 활용되겠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런 주기에 도달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삼식 인구협회장 인터뷰, 만났습니다
◆ 고령 친화적으로 산업환경 만들어야

이 회장은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오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년연장에 필요한 노동 시스템의 변화도 일궈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 생활 체계는 물론 일하는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며 “근로자의 나이가 많아지면 연구인력, 사무인력은 괜찮을지 몰라도 블루컬라 근로자,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산업재해 등이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작업 장소를 고령 친화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통 노르웨이 등 많은 유럽국가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어떻게 하면 고령자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는 지를 고민한다”며 “우리나라는 인사 경력에 이력이나 능력을 주로 보지만 유럽은 건강과 능력 등 별도의 인덱스를 만들어 관리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돌봄교육에 대해 케어의 목적보다는 노동시간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 시간은 부모의 시간이고 보육돌봄은 아이의 시간인데 현재 두 개의 이음새가 제대로 연결이 돼 있지 않다”며 “한쪽(정부)에서 열심히 돈을 투자하고 많은 걸 해도 노동 쪽에서 변화가 없으니 서로 엇박자가 난다. 즉, 시간적 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일시에 퇴직하는 시기를 타깃해서 정년연장을 설정한다면 0.78명(2022년말 기준)이라는 낮은 출산율도 다시 움직일 여지가 있다”며 “다만 앞서 말한 사회구조, 대책 등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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