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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약대는 2022학년도부터 1학년 신입학 선발을 재개했다. 종전까진 타 대학 일반학부에서 2년을 이수한 뒤 약대로 편입학하는 ‘2+4년제’로 운영되다가 아예 1학년을 새로 뽑는 ‘6년제’로 전환한 것. 화학·물리·생물 등 기초과학 우수 인재가 약대 편입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을 해소하려 약대 신입학 선발을 재개했지만 ‘의대 쏠림’의 역풍을 맞게 된 셈이다.
서울 소재 약대 A교수는 “약대 중도탈락생 대부분이 의대로 갔다고 보고 있다”며 “약대에 합격하는 학생들 역시 성적이 좋으니 반수하면 충분히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약대 B교수도 “약대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성적은 의대에 가기에는 아쉬운 정도라 재도전을 통해 의대를 노리려는 수요가 있는 것”이라며 “약사보다 연봉이 높은 의사를 지망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작 약대에 꼭 들어오고 싶었던 학생들에겐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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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는 약대마저 ‘의대 쏠림’의 영향을 받는 형국을 도미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방대 의대에서 중도탈락을 통해 상위권 의대로 진학하고, 그 빈자리를 약대 중도탈락생이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4개 대학에서 중도탈락한 학생은 2022년 기준 268명으로 전년도(187명)보다 43%(81명) 증가했다.
학계에선 도미노처럼 확산하는 의대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 KAIST 교수는 “의대로 간다는 학생을 붙잡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과학기술 인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DGIST 교수도 “정부가 세수가 안 걷힌다고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철학을 재정립하고 연구인력의 직업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면 연구직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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