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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연승은 놀라운 수준이다. 1위 SK와 3위 두산전을 내리 스윕하며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4위 싸움도 롯데를 중심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중요한 것은 롯데의 한여름 상승세가 또 다른 벽 하나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도전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 출신이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시도한 방식들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훈련량이다. 롯데는 8개티 중 가장 팀 훈련이 적은 팀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롯데의 적은 팀 훈련량이 결국 팀을 허약하게 만들거라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체력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더운 여름 승부를 이겨내기 위해선 스프링 캠프서 강도 높은 체력 훔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한국 야구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롯데는 지난 2년간 이런 편견을 조금씩 무너트렸다. 2008년 7월엔 10승13패 로 주춤했지만 8월들어 6승무패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물꼬를 텄다.
지난해엔 7월 15승6패로 잘 나가다가 8월 들어 10승16패로 주춤한 바 있다. 기다렸다는 듯 체력문제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08년의 성공은 올림픽 브레이크 덕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떄문이라는 근거(?)도 덧붙여졌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더위에 지쳐 스스로 무너지는 일은 없다는 확신을 갖게됐다는 점이다.
롯데의 여름 상승세는 '메이저리그식은 틀렸다'는 시선을 바로잡아야 할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 그들의 방식을 인정하고 무엇이 들어있는지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훈련량이 많은 팀 중 하나인 두산 출신 홍성흔의 이야기는 그래서 한번쯤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홍성흔은 "기본적으로 훈련이 많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꾸준하게 (체력에 대비한)훈련해 왔다. 감독님이 신경 안쓰는 듯 보이지만 선수들이 필요한 훈련은 그때 그때 계속 시킨다. 그러게 끊임없이 훈련이 이어지다보니 기본적인 것은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롯데와 스타일면에서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SK가 떠올랐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지향점은 같기 때문이다.
SK는 강도 높은 훈련의 팀이다. 한 여름 승부서도 특타를 계속해왔다. 그 속에서 원하는 건 기계적인 반복 훈련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각이다.
박재홍은 "처음엔 몰랐는데 계속 치다보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그때 왜 못쳤는지 어떤 자세를 가졌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한 목표가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소를 물가에 데려가는 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어떻게 데려가느냐 보다 중요한 건 소에게 물을 먹이는 것이다.
한국 야구는 유행에 민감하다. 모 팀이 A라는 방식으로 히트를 치면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강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 속에 담긴 철학이다. 선수들이 왜 그렇게 하는 지를 인식하지 못한 방식은 최첨단 방식이라 해도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무더위를 시원하게 돌파중인 롯데의 선전은 그렇게 한국야구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롯데만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롯데가 어떻게 여름을 이겨내고 있는지 좀 더 찬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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