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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 혜자(한지민)와 준하(남주혁)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을 가진 혜자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주운 손목시계를 통해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돌린 시간만큼 나이를 먹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오빠의 장난을 피하기 위해, 늦잠을 자기 위해, 쪽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시간을 마구 돌려댄 덕분에 혜자는 남들보다 빨리 성장했고, 부모님의 걱정에 시계를 깊숙한 곳에 봉인했다. 어느덧 스물다섯이 된 혜자는 아나운서의 꿈을 가졌지만, 현실은 백수로 일상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엄마를 대신해 나간 동네 요양원 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서 준하와 재회한 것. 혜자는 “그때 한 말 다 사실이다, 나도 느끼고 있었던 걸 새삼스레 찔러줘서 내가 쓰레기 같고 싫어졌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고, 그런 혜자를 향해 준하는 “동네 주민인 줄 몰랐네요. 자주 봐요”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건네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준하의 말이 아프고 창피했던 이유는 혜자 자신에게 있었다. 엄마의 기대 속에 아나운서 준비를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원서는 한 군데도 내지 않았다. 선배의 소개로 성인영화 더빙 알바를 마치고 온 혜자는 착잡한 마음에 집 앞 포장마차로 갔다.
그곳에서 다시 준하와 마주쳤다.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진심을 나누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뭘 하고 싶냐는 혜자의 질문에, 준하는 “할머니에게 가지 않겠다. 나 같은 놈 떠맡아서 지옥같이 살게 하지 않을 거다”라는 가슴 아픈 고백을 했다. 준하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시간을 돌려주겠다며 시계를 꺼낸 혜자의 취중엔딩은 전개에 궁금증을 더했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린다.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