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성장 정체 빠진 K바이오 구하기

  • 등록 2019-06-24 오전 5:00:00

    수정 2019-06-24 오전 5:00:00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재작년 말 바이오 주식이 한창 맹위를 떨치던 때 바이오 사장 모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주가가 좋으니 모두 사업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시장의 검증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지금 국내 바이오 회사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검증을 통과할 기업은 거의 없다. 조만간 과거 어느 때보다 혹독한 상황이 벌어질 텐데 이를 견디기 위해서는 지금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 문제가 된다.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그냥 덕담이나 하고 지나가면 됐을 텐데 왜 그렇게 초를 치는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2000년 IT 버블이 어떻게 사라지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얼마나 곤란을 겪었는지 지켜본 입장에서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로 난 그 모임에 초대받지 못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코오롱 그룹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인보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취소를 당해 다양한 소송만 남은 상태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와 이를 감추기 위한 증거인멸로 많은 사람들이 구속됐다. 셀트리온은 이익이 계속 늘어날 거란 기대와 달리 감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 기업들이 이런 상태이니 그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붐이 불고 3년이 지났으니 이제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성과를 보여주는 곳이 거의 없는 상태다.

경영학 용어에 ‘캐즘(chasm)’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사업이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단계가 되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정체 상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걸 말한다. 많은 산업의 발전 과정을 보면 이 경우가 빈번하게 수집된다. 멀게는 1900년대 초 미국에 철도가 깔리던 시절 100개가 넘던 철도회사가 극심한 불황을 통해 정리돼 지금이 된 게 그 사례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하던 2000년 우리나라 포털 업계에서도 그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00년 최고 주가일 때 시가총액이 5조원에 육박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그 해 말이 되면 1800억대로 쪼그라든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포털 업체는 네이버와 다음 외에 라이코스, 야후 등 다수가 난립해 있었다. 다음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주가는 기대가 충만할 때에는 다음이 전체 포털 시장을 지배할거란 가정 하에 올라갔다가 기대가 꺾인 후에는 경쟁에 져 사라질 것처럼 하락한 후 제자리를 잡았다.

바이오도 이런 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바이오가 산업으로 자리 잡고 처음 맞는 활황이 3년 전에 끝났다. 지금은 생사를 가르는 검증 과정에 들어가고 있는데 여러 기업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경우 검증이 더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신생산업이나 기업이 살아가려면 외부의 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문제가 불거질 경우 돈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바이오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의 기술개발부터 인허가·생산·출시까지 전 주기에 걸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전략 아래 5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연구개발(R&D) 확대, 금융 및 세제지원, 인허가 규제 합리화,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민간의 자율 힘에 의해 산업이 발전하는 게 제일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역할의 일부분을 정부가 맡을 수밖에 없다.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서 민간에만 맡겨 놓을 경우 제품을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다수의 기업이 사라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가 우리 경제를 끌어 갈 차세대 산업이 될 거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장 산업이 유치단계에 있을 때 정부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건 과거에 자주 있었던 일이다. 이 둘이 결합할 경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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