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자수첩]학령인구 급감에 벼랑 끝 선 지방대

  • 등록 2020-03-24 오전 12:11:00

    수정 2020-03-24 오전 12:11:00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한 곳이라도 더 들러서 명함 한 장 더 돌려야죠.”

곧 있을 총선에 나서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도,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영업사원 말도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연구에 매진해야 할 한 지방대 교수의 입에서 나온 하소연이었다. 이 교수는 매 입시철마다 명함과 입학자료를 한가득 싣고 고등학교를 순회한다.

지방대 교수들이 신입생 유치를 위한 영업사원으로 내몰리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교수들을 이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학생 충원난이다. 수도권 대학보다 학생 선호도가 덜한 지방대는 학령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벼랑 끝에 선 대학은 교수들에게 직접 나가 가르칠 학생들을 구해 오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교육과 연구보다 학생 유치에 목을 매야 하는 교수라니, 씁쓸한 광경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학령인구 감소폭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 이데일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시와 정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들이 약 1만명의 학생을 채우지 못했는데, 이 중 85%가 지방대에 집중됐다. 미충원 규모는 해마다 증가해 2024년 12만3748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보니 교육당국은 재정 지원과 연계된 대학평가에서 학생 충원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대학이 채우지 못할 입학 정원을 스스로 줄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학이 자진 폐교를 결정할 경우 잔여재산 일부를 갖고 나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 자발적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 시책에 맞춰 선제적으로 정원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을 충원할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나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해 재직자 등으로 수요층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이상 교수를 영업사원 식으로 굴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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