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로남불’ 불허한 선관위…정권마다 논란 자초

  • 등록 2021-04-06 오전 6:00:00

    수정 2021-04-06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로남불’, ‘위선’, ‘무능’의 표현을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하지 못하게 해 논란이다. 사유는 특정 정당을 유추하게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앞서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현수막도 선거에 영향에 미치는 행위라며 불허했다. 정치권에선 ‘ㅂㄱㅅㄱ 왜 하죠?’ 처럼 단어 대신 초성을 사용해야 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회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선관위는 논란이 일 때마다 “특정 정당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선관위는 최근 ‘봄’이라는 표현도 민주당을 떠올릴 수 있다며 못 쓰게 했다. 민주당이 ‘서울에 다시 봄이 옵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거짓말하는 일꾼은 걸러내자’라는 현수막도 불허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땐 여야가 공수를 바꿔 선관위를 비난했다. 선관위가 ‘4대강’과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집회나 현수막을 금지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선관위는 선거철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립성 논란에 시달려왔다. 특정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천에도 불구하고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통령 선거 11개월을 앞둔 선거, 대한민국 제 1,2의 도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방증이다.

그런 와중에 온라인에선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게 기표한 사전투표 용지 사진이 공개됐다. 한 여론조사업체 대표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한 유튜브 토론회에서 ‘사전투표 참관인들이 투표 용지를 얼핏 보니, 박 후보가 앞섰다’는 취지로 말했다.

가뜩이나 선거 신뢰가 훼손되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기 위해서인지, 자유롭고 정의로운 공정선거를 구현하기 위해서인지.

4ㆍ7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3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건너편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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