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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조정은 강제력이 없기에 신청인이든 피신청인이든 한쪽이라도 거부 의사를 밝히면 중단됩니다. 그렇기에 한쪽 편만 들어서는 조정이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신청인과 피신청인 모두를 아울러 분쟁 당사자와 함께 호흡해야 효과적 조정이 가능합니다.”
올해로 7회를 맞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 우수사례발표회 최우수상 수상자인 이동균(37) 조사관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조사관은 올해 2월부터 건설하도급팀 조사관으로 근무하면서 117건(피해구제액 약 180억원)을 조정했다. 조정이 성립되지 못했다면 이들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건처리 절차를 밟고 별도로 민사소송을 해야 피해구제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 조사관은 수급사업자(하청업체)가 원가 변동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원사업자(건설사)에게 대금 조정을 요구했으나 원사업자가 이를 거부한 건을 조정하면서 최우수상 수상자로 뽑혔다. 문제가 된 물품 원가는 기존에 조정된 사례가 없었던 데다 조정액도 수십억대라 조정원 내부에서도 조정이 불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조사관의 지속적인 설득에 피신청인이 마음을 움직여 조정에 성공했다. 이 조사관은 내·외부 심사자 모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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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관은 “다툼이 있을 때 잘 알고 있지도 못하면서 말리거나 해결책이라고 훈수를 두면 더 싸움이 커지지 않나. 조정도 비슷한 것 같다”며 “사건을 깊게 파고 들어 사건 당사자만큼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한 뒤 대하면 양측 모두로부터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사건은 신청인도 정확히 해당 대금을 왜 받아야 하는지, 반대로 피신청인이 해당 금액을 왜 지급할 수 없는 지에 대해 정확히 정리되지 않고 대립만 하다가 온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조사관은 “이럴 때 조사관이 가운데에서 차분하게 객관적인 부분을 정리해서 짚어 드리면 조정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객관적인 사실을 양측에 더 잘 설득하기 위해 실제로 사건 장비가 설치된 지방 현장까지 찾는 경우도 있다.
조정이 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 먼저 그는 현재 조정기한인 60일이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운용되길 바랐다. 이 조사관은 “60일에 맞추려다 보니 조금 더 하면 조정으로 끝날 사건이 미해결로 끝나 아쉬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번에 우수사례로 뽑힌 사건도 100일이 걸렸는데, 만약 해당 사건이 공정위에서 사건화되고 다시 재판까지 가면 수많은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50여명 수준인 조사관 인력이 확충되면 더 세심하게 양질의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