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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이 앞으로 더 줄어들더라도 외환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거나 원·달러 환율이 펀더멘털과 괴리돼 오버슈팅(과도한 급등)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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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은이 발표한 9월말 외환보유액 잔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2008년 10월 한 달 새 274억2000만달러가 줄어든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감소폭이 커진 것이다. 다만 당시엔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대로 지금보다 반토막 수준인 만큼 전월비 11.4% 감소한 반면 이번엔 4.5% 감소하는 데 그쳤다. 1971년 이후 32번째로 감소율이 컸다. 올 들어선 463억5000만달러나 줄어들었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128억3000만달러) 감소폭보다 더 큰 것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이유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 통화 외화자산 미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의 91%를 차지하는 유가증권은 3794억1000만달러로 155억3000만달러나 급감했다. 예치금도 141억9000만달러로 37억1000만달러나 감소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앞으로 더 줄어들더라도 외환시장 쏠림 현상, 오버슈팅 등에 과감하게 대응해 적극적으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개입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최근 환율 상승 기대로 수입업체는 당겨서 달러를 매입하고 수출업체는 좀 더 늦춰서 달러를 매도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에 저희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을 한 것이고 시장에서 외화를 사고 파는데 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보유액 감소로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덜 개입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외환보유액은 최근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한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에는 달러인덱스가 3.2% 오른 데 반해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호주 달러화 등이 각각 2.0%, 4.4%, 3.9%, 5.2% 하락하면서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또 외화예금이 감소하면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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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은 올해 연간 단위로 1997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적정 수준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나라들도 킹달러에 대응해 자국 통화 약세를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을 털고 있는 상황이라 8월말 기준 세계 8위 수준으로 9위에서 한 단계 높아졌다. 중국과 일본은 8월에만 각각 492억달러, 310억달러 외환보유액을 소진했다.
오 국장은 “외환보유액은 단기적 충격이 있을 때 충분한 규모의 예비적인 외환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적정성의 핵심인데 이를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이라며 “2014년부터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인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7% 규모의 대외자산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대외자산이 많다보니 외환보유액 등 공적 영역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작아졌다는 게 오 국장의 설명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 대해 “동일 신용등급 국가에 비해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적정 외환보유액 비율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에서) 금리 역전이 지속될 것처럼 얘기한 상태에서 외환보유액을 소진해도 환율을 방어하기는 어렵다”며 “이것을 인식하고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보유액 규모 적정성은 얘기하기 어렵다”며 “결국 다른 정책들이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