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떠나면 어쩌나" 일순간 고아로…무주 일가족 가스 참변

정모군 "모처럼 온 식구 모인다고 좋아하셨는데"
가스 누출 사고로 외할머니, 부모 등 일가족 잃어
일가족 참변에 조문객들 황망한 분위기
尹 대통령 "취약시설 안전 점검과 체계적 지원 필요"
  • 등록 2022-10-11 오전 5:26:43

    수정 2022-10-11 오전 5:33:30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한날 갑자기 떠나면 남은 가족들은 어떡합니까.”

10일 오전 전북 무주군 보건의료원 장례식장. 이곳에는 한글 연휴날 80대 노모 생일잔치를 위해 시골집에 모였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일가족 5명의 빈소가 동시에 차려졌다.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현장 합동감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빈소에는 비통함과 황망함이 가득했다. 충북 청주에서 비보를 접하고 무주로 달려온 곽씨(84)의 고3 손자 정모군은 한순간에 동생과 함께 고아가 됐다. 이 사고로 외할머니를 비롯해 엄마와 아빠, 외숙모, 외삼촌 등이 숨졌다.

정모군은 세계일보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무주로 향하시면서 모처럼 온 식구가 모인다고 해서 좋아하셨는데”라며 “이런 변을 당하셨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조금 뒤 친구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빈소 밖으로 나온 정군은 이내 친구들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고 한다. 친구 최모군은 “너의 곁에는 우리가 남아 있다. 힘내라”며 어깨를 감싸 안고 눈물을 쏟아 냈다. 박모군은 “우리 친구 고3인데 어떡하냐”며 가슴을 쳤다.

무주의료원 장례식장 3개의 분향소는 모두 일가족의 빈소로 사용되고 있다. 80대 곽씨는 1분향소, 2분향소에는 첫째 사위와 손녀딸의 빈소, 둘째 딸과 둘째 사위 빈소는 3분향소에 마련됐다.

한 유족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형이랑 형수가 갑자기 황망하게 돌아가셔서 어린 조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너무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다 보니 빈소 분위기가 많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네 부부가 알바를 하는 고3 큰아들과 운동을 하는 중3 작은아들을 집에 두고 둘만 무주에 와서 조카들은 화를 면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평택에서 왔다는 둘째 사위 직장 동료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직장 후배는 “너무 갑자기 사고가 나 놀랐다”며 “내일 출근하면 뵐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망 소식을 들어 황망하다”고 말했다. 작은사위 친구는 “참 열심히 사는 친구였다”며 “열흘 전쯤 마지막으로 봤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애통함을 표했다.

그을린 연통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는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 감식을 마쳤다. 경찰은 A씨 집 보일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반면 연통 끝부분이 막혀 가스가 집 안으로 샌 사실과 사망자들의 코와 입에서 일산화탄소가 검출된 점을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가스 누출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와 연통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며 “유족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일선 공직자들에 “겨울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챙기는 데 보다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우리는 재난이 사회적 약자인 취약계층에게 얼마나 냉혹한지 알고 있다. 취약시설의 안전 점검에 대한 제도화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체계적인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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