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LG엔솔·포스코 등 공급망 다각화 투자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사 경영진들과 내년도 경영 목표와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인 ‘2022 CEO세미나’에서 다양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 수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과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며 “각 사별로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SK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를 영위하고 있는 SK온도 배터리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호주와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나라에서 원소재 확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비 차원이면서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배터리 제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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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성장성을 내다보고 조기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2030년까지 13억 달러(약 1조85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용 부품·모듈공장을 짓기로 밝힌 것도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아울러 당초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했던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도 이달 말 조기 착공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의 IRA 발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착공과 완공시기를 6개월 앞당긴 것이다.
또 포스코홀딩스는 내년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상용화 2단계 프로젝트를 계획보다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으로 투자비만 약 10억9000만 달러(1조5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광물 상태로 채취된 리튬를 정제하기 위한 공장은 내년 상반기 국내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미래 생존을 건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향후 몇 년 안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존을 위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지원도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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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IRA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연합(EU)도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원자재법(Raw Materials Act·RMA) 제정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원자재법은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축소하면서 리튬과 희토류 등 전략적 핵심원자재를 선정해 관련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특히 EU는 원자재 공급망은 물론 탄소 중립과 같은 환경 관련 규제도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정책으로 제정 초기 단계부터 대응하고 이슈별로 민관 합동으로 대응 전략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