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생존 건 승부수”..글로벌 침체에도 전기차·배터리 투자 가속

에너지 대전환 맞아 전기차 시장 급성장 전망
LG엔솔·SK온·포스코 등 배터리 원료 투자 나서
美IRA이어 유럽도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속도
“보호무역 강화 추세에 민간 합동 대응해야”
  • 등록 2022-10-25 오전 6:00:00

    수정 2022-10-25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민 기자]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자국 내 원자재망 강화를 추진하며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전기차와 배터리(이차전지) 등 신수종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공급망 재편 합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산업은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확보에서 연구개발(R&D), 공장 증설 등의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승부수’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SK온·LG엔솔·포스코 등 공급망 다각화 투자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사 경영진들과 내년도 경영 목표와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인 ‘2022 CEO세미나’에서 다양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 수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과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며 “각 사별로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SK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를 영위하고 있는 SK온도 배터리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호주와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나라에서 원소재 확보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비 차원이면서 급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배터리 제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에서다.

국제 리튬가격 추이. (자료=한국광해광업공단)
IRA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북미(미국·캐나다)에서 최종 생산(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면서, 그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광물과 부품도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을 조달하도록 했다. 이 비율은 배터리 광물의 경우 2023년 40%에서 2027년 80%로, 배터리 부품 2023년 50%에서 2029년 100%로 올라간다.

SK온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호주의 자원개발 업체인 ‘글로벌 리튬’, ‘레이크 리소스’ 등 두 곳과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중 하나인 ‘리튬’ 공급계약 및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이번 공급계약으로 IRA 대응은 물론 최근 수급여건 불안으로 급등하고 있는 국제 리튬 가격에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 가격은 20일을 기준해 1kg당 525.50위안으로 1년 사이 3배 이상 뛰었다.

SK온이 지난달 28일 호주 글로벌 리튬社 (Global Lithium Resources)와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모색하는 양해각서 (MOU)를 체결했다.(사진=SK온)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북미 지역 내에서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니켈·코발트 뿐만 아니라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까지 확보하며 ‘공급망’ 확보에서 우위를 다지고 있다. 지난 19일 호주의 ‘시라’사와 천연흑연 2000t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고, 지난달에는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 등 3곳과 황산코발트 7000t·수산화리튬 25만5000t을 공급 받는 내용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성장성을 내다보고 조기 투자를 단행하는 기업도 여럿이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2030년까지 13억 달러(약 1조85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전기차용 부품·모듈공장을 짓기로 밝힌 것도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아울러 당초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했던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도 이달 말 조기 착공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의 IRA 발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착공과 완공시기를 6개월 앞당긴 것이다.

또 포스코홀딩스는 내년에 투자할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상용화 2단계 프로젝트를 계획보다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사업으로 투자비만 약 10억9000만 달러(1조5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광물 상태로 채취된 리튬를 정제하기 위한 공장은 내년 상반기 국내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미래 생존을 건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투자를 하지 않으면 향후 몇 년 안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생존을 위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지원도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포스코)
“美 IRA와 비슷한 EU 원자재법 대비해야”

특히 미국의 IRA에 이어 최근에는 유럽연합(EU)도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원자재법(Raw Materials Act·RMA) 제정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하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원자재법은 중국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축소하면서 리튬과 희토류 등 전략적 핵심원자재를 선정해 관련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EU의 원자재법이 시행되면 유럽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의 EU 수출이 제한되거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규정 등이 만들어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관련 산업 타격은 불가피하다. 앞서 지난 8월 미국의 IRA로 통과로 국내 자동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원료망 ‘탈(脫)중국화’가 최대 과제가 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특히 EU는 원자재 공급망은 물론 탄소 중립과 같은 환경 관련 규제도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정책으로 제정 초기 단계부터 대응하고 이슈별로 민관 합동으로 대응 전략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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