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공)'2인자 이운재'의 홀가분한 미소

  • 등록 2010-06-15 오전 9:45:36

    수정 2010-06-15 오전 9:51:54

▲ 한국축구대표팀 골키퍼 이운재(사진=송지훈 기자)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베테랑 수문장 이운재(수원 삼성)는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를 앞두고 펼쳐진 한국축구대표팀 생존경쟁의 '희생자' 중 한 명이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꾸준히 '넘버원 수문장'으로 활약했으나 올해 초 소속팀에서 갑작스런 부진에 빠져 후배 정성룡(성남 일화)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23인 최종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결국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정성룡에게 주전 장갑을 넘겨주며 벤치 멤버로 내려 앉았다.

1994미국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까지 A팀의 최후방을 든든히 지키며 '거미손'으로 군림해 온 이력을 생각하면 '2인자'라는 타이틀은 안 어울리는 옷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운재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4일 한국축구대표팀은 휴식일을 맞아 한국 취재진을 대상으로 미디어데이 행사를 실시했다. 이날 이운재는 정성룡, 김영광(울산 현대) 등 골키퍼 후배들과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스전(2-0승) 당시 무실점 선방쇼를 펼친 정성룡에게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고, 이운재는 맞은 편에서 후배에게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엷은 미소와 함께 바라봤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전 경쟁 결과에 대해 이운재는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는 표현을 썼다. 이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물려줘야 할 자리였던 만큼, 홀가분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아쉬움보다는 편안함 쪽에 가까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어 이운재는 '새로운 넘버원' 정성룡과 '넘버3' 김영광 등 두 후배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내놓았다. "부담되고 떨렸을 텐데 그리스전에서 잘해줬다"며 정성룡을 칭찬한 그는 "앞으로 더욱 힘든 상황이 많겠지만, 한 경기씩 치르며 좋은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골키퍼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고 혼자만의 길을 가라"고 주문했다.

김영광에게는 "최근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아직 도전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지금 쌓은 경험이 언젠가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운재는, 그러나 남아공월드컵 한국축구대표팀 넘버2 골키퍼로서의 책임감만큼은 여전히 움켜쥐고 있는 듯했다. 향후 출전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운동선수라면 언제 어떤 상황이든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놓고 기다려야 한다"면서 "당장이라도 그라운드에 나설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넘버원'으로서의 권위와 영광을 후배에게 넘긴 이운재. 국가대표로서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될 남아공월드컵이 그에게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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