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호 광운대총장 “실력만으론 성공 못해··성실·정직 뒷받침 돼야"

교수 부임 후 35년간 정직서약·무감독시험·5분전 강의 지켜
“서울대생 이길 수 있다” 실력·정직·성실 가치 교육
“ICT 강점 살려 소프트웨어 특성화 대학으로 도약할 것”
  • 등록 2015-11-23 오전 7:00:00

    수정 2015-11-23 오전 7:00:00

천장호 광운대 총장은 “광운대는 서울대를 이길 수 없어도 광운대생은 서울대생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천장호 광운대 총장은 광운대 학부를 졸업한 ‘모교 출신’ 총장이다. 광운대 81년 역사상 모교출신으로 총장까지 오른 이는 강준길 전 4대 총장에 이어 그가 두 번째다. 그럼에도 그는 모교에 대해 “한이 맺힌 학교”라고 말했다.

천 총장은 1968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입시에서 낙방했다. 당시는 서울고 졸업생 중 65%가 서울대에 입학하던 시절이다. 그때 맺힌 ‘한’은 그에게 ‘서울대생에게 결코 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겠다’는 다짐을 갖게 했다.

서울대를 포기하고 1968년 광운대에 수석 입학한 천 총장은 ‘수석 졸업’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어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스티븐스공대에서 물리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는 광운대 교수로 재직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자로 명성을 쌓았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환경·에너지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니상(Eni Awards) 최종 후보로 연속 선정되는 등 연구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대 낙방으로 ‘한이 맺혔던’ 그가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하며 인생을 역전시킨 것이다.

천 총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광운대가 서울대를 이길 수는 없어도 광운대생은 서울대생을 이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이는 성실과 정직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애플에 밀리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입니다. 광운대 학생들이 서울대생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성실과 정직이 더해지면 서울대생을 이길 수 있습니다.” 서로 비등한 실력을 갖춘 직원 둘이 있다면 그 중에선 단연 정직하고 성실한 직원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정직서약으로 명예·신뢰의 가치 가르쳐

천 총장은 지난해 9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35년간 학생들에게 성실과 정직을 강조했다. 그는 △무감독 시험 △정직 서약 △5분 전 강의 시작 △100% 영어판서 원칙을 1979년 신임 교수 시절부터 꾸준히 지켜왔다.

이 가운데 정직서약은 모든 과제물과 시험 답안지에 ‘정직하게 작성하였음’을 학생 스스로 쓰고 서명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감독 시험은 정직서약을 바탕으로 시험 감독을 학생 양심에 맡긴다. 천 총장은 이에 대해 “정직서약이나 무감독 시험을 실시해 보면 학생들의 태도나 시험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이는 학생들도 명예나 자존심, 약속, 신뢰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성실을 강조하기 위해 35년 동안 ‘5분 전 수업’ 원칙을 지켰다. 강의 시작 5분 전에는 문을 닫았기 때문에 그의 강의에 결석생은 있어도 지각생은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5분 더 부지런하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수업을 통해 전달한 셈이다.

광운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전통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1934년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조선무선강습소가 전신이기 때문이다.

“전자공과대학으로 출발한 광운대는 실사구시와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 온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전자정보공과대학이라는 별도의 단과대학이 존재할 정도로 ICT에 특화된 대학이지요. 지금은 전체 학과의 45%가 ICT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사구시 학풍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성장

‘실사구시’를 강조해 온 학풍 덕분에 광운대는 산업계에서 인정하는 대학으로 손꼽힌다. 최근 교육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건축공학과(2012년) △전자통신공학·컴퓨터공학과(2013년) △환경공학과(2014년)가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산업계 관점 평가는 대학의 교육과정이 산업계 요구와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평가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08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의 협조를 얻어 8년째 시행하고 있다.

실사구시 학풍은 높은 취업률로 이어졌다. 광운대 졸업생 취업률은 55.3%로 전체 4년제 대학 평균(52.3%)보다 3%포인트 높다. 천 총장은 학생들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눈을 돌린다면 졸업생 취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중견기업에 최종합격을 한 후에 입사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대학으로서는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취업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취업률은 더 상승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중소기업·중견기업·히든기업의 장점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교육부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사업에 선정됐다. ACE사업은 교육부가 학부교육에서 모범이 될 모델을 발굴, 이를 전체 대학가로 확산시키자는 취지에서 2010년 도입했다. ACE사업에 선정된 대학에는 교육부가 지정한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명예가 주어진다.

“구성원 의견 수렴 후 정원감축·학과개편 단행”

천 총장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광운대를 ‘ICT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가 특성화된 강소(强小) 대학’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전자공학 기반 ICT 특성화 대학에서 ICT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가 특성화된 강소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광운대의 발전전략입니다. 교육·연구·산학협력을 융합해 소프트웨어가 특성화된 강소대학으로 세계 유수의 대학이 되고자 합니다. 모든 교수가 독창적인 자기연구를 완성하고 특성화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모든 학생이 정직 서약을 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천 총장은 광운대의 발전전략에 맞춘 학제개편 계획도 갖고 있다. 기존 8개 단과대학을 6개 단과대학으로 축소하고 인문·경영·법학 분야 등을 인문사회계열로 통합하려는 게 골자다. 광운대 전체 학과를 ‘ICT 기반의 소프트웨어 특성화’ 학과로 개편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정원조정·학과개편은 구성원 의견수렴을 전제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정원조정과 학과 통폐합을 병행할 생각이지만 그 과정에서는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 그리고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정원조정·학과개편을 추진하려 합니다. 학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학과라도 국내 순위에서 밀리는 학과가 있는 반면 내부에서는 저평가된 학과가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는 비교 우위에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두루 고려해 공정하게 평가할 방침입니다.”

천장호 총장은...

1948년 서울 출생이다. 서울고와 광운대를 졸업한 뒤 미국 스티븐스 공대에서 반도체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는 광운대 교수로 재직했다. 학내에서 연구처장·중앙도서관장·대학원장·부총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광운대 9대 총장에 올랐다. 취임 후 ‘무보수’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월급 일체를 받지 않고 있다. 교수 시절 연구에 천착하느라 휴대전화를 쓰지 않았던 점과 검소한 생활로 승용차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한 점을 들어 학내에선 ‘3무(無) 총장’으로 통한다. 월급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광운대는 부모님처럼 소중한 모교이자 평생 행복한 교수생활을 해온 삶의 터전”이라며 “무보수 선언은 그간 많은 것을 베풀어 준 모교와 사회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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