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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넘어섰다. 전체 상장사 시가총액이 순자산(총자산-부채)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이 비율은 줄곧 1배를 밑돌았다. 회사가 망하면 주주들이 투자한 주식값보다 외려 돈을 더 번다는 자조가 시장에 팽배했던 배경이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년 말 대비 31% 오르며 주요 20국(G20) 중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스마트 개미(개인 투자자)’의 힘이다.
먼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당장 오는 3월 한시적으로 금지했던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가 재개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과 적극 소통하며 외국인, 기관 투자가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촘촘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놓고 오락가락했던 것처럼 정부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어선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은 건 미래 대비다. 시장에 장밋빛 전망이 팽배해도 금융 당국은 이를 의심하고 점검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확증 편향에 휩쓸리지 않고 잠재된 위기를 경계하라는 얘기다. 지난해 새로 개설된 주식 계좌는 600만 개가 넘는다. 증시에 쏠린 대출금(신용 거래 융자)만 19조원에 달한다. 첫판에서 돈을 딴 개미들이 더 큰 ‘빚투’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빚으로 쌓아 올린 시장일수록 탄탄한 방파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