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평검사가 바라는 차기 검찰총장의 덕목

  • 등록 2021-05-03 오전 5:55:00

    수정 2021-05-03 오전 5:55:00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 ]얼마 전 교대역 근처에서 친분 있는 A검사를 만나 문득 질문을 하나 던졌다. 차기 검찰총장으로 누가 적합한 인물일까? 자기 직장 수장에 대한 질문인지라 A검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의외로 간단하게 답변했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총장이 누가 되어도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갖추는거 겠죠. 이런 아사리판에서 그래도 욕먹지 않으려면 강단이 있어야 할 것 같고요. 더 중요한 건 최소한 그 직위를 유지하는 동안 공복 의식을 유지하려는 분이요. 거기에 법률가적 마인드를 갖추면 최상이겠죠”

A가 말한 의미는“정치적 중립성과 조직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와 자질을 가진 분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어야 한다는 게 아닐까. 학계나 법조계, 시민단체는 물론 모든 언론이 일치하여 검찰총장의 덕목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검찰총장은 외형상으로는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 수장에 불과하지만 전직 대통령 2명을 교도소로 보낸 기관의 수장이다. 검찰조직은 직전 윤석열 총장 재직 시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수사 등 정권입장에서 굉장히 민감한 사안들을 쉬지 않고 수사하는 기관이다. 비록 검찰개혁으로 공수처가 출범했고 수사권이 조정되었지만, 검찰의 권한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등 6대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로서는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4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을 누구로 임명할까.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이다. 따라서 5월 중에 새로운 총장이 임명된다면 신임 총장은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이후에도 1년 동안 검찰을 이끌게 된다. 그러나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정권 교체기에 임명된 검찰총장은 새 정부 출범 후 모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수사하다가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최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총장 인선 기준에 대해“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크다”고 언급한 대목이나,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4명을 후보자로 추천했음에도 임명이 늦어지는 것도 이런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직전 윤석열 총장은 장관들과 갈등을 빚다가 중도 사퇴하고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언급되는 만큼 청와대가 장고(長考)를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된다.

바둑이 어렵고 복잡할 때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정석으로 두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검찰개혁의 공과는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임기 마지막 검찰총장으로“정치적 중립성과 조직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와 자질을 가진 자를 임명한다면, 이 부분만큼은 역사에서 후한 점수를 매길 것으로 확신한다. 따라서 4명의 후보중 언론에서 유력한 차기 총장으로 언급되는 일부 후보는 배제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이 후보의 경우 과거에 청와대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검토했을 뿐만 아니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도 했다. 그러나 최재형 감사원장이 그의 정치편향성을 이유로 거부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검찰총장의 덕목인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A검사는 “그분은 자신이 직접 후보 추천위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지적하면서 몇 마디 덧붙였다.

“평검사들은 별거 없어요. 합리적 의견제시를 할 때 주저하지 않을 수 있는 눈치 안봐도 되는 업무환경이면 그걸로 족해요. 우리 대검이 시류에 영합하여 되도 않는 지시만 하지 않구요. 장관도 마찬가지구요.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면 밥값 한다는 그 생각만 가져도 헛짓거리는 안할거 같아요.” A검사의 이 한마디가 바로 일반적인 대한민국 검사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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