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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판매 우려에도…보험사, 갈아태우기 영업 '눈살'

H해상, 3년 이상 어린이보험 유지한 고객 대상 갈아타기 권유
신담보 및 보험료 할인 언급하며 고객 모집...신계약 대거 늘어
동양ㆍ푸본현대생명도 부당승환 계약으로 금감원 제재받아
  • 등록 2021-07-06 오전 6:00:00

    수정 2021-07-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5살 딸을 키우고 있는 김은지씨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H보험사의 어린이보험(태아보험)에 가입했다. 보험료는 3만원 남짓. 그러다 최근 설계사로부터 같은 상품이지만 기존보다 더 좋은 담보로 ‘보험 업셀링’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는 설계사가 가져온 상품 설계안을 보니, 보험료가 실제로 저렴해졌고 보장도 늘어난 것 같아서 새롭게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 하지만 기존 가입을 해약하는 과정에서 해약환급금이 소액으로 책정됐고, 새롭게 가입한 상품은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설계사는 “무해지로 해야 보험료가 싸진다”며 얼버무렸다. 김 씨는 “그냥 기존 계약을 유지해도 충분했는데, 괜히 돈만 날렸다”고 토로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최근 보험업계에서 ‘보험 리모델링’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이 리모델링 명목으로 멀쩡한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는 ‘승환계약’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 입장에선 새롭게 수당을 챙길 수 있고, 보험사는 신계약이 늘어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문제는 승환계약이 불완전판매가 높다는 것이다. 설계사의 일방적인 설명만 듣고 승환계약에 서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도 넘은 인기상품 갈아타기 마케팅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H해상은 독립법인대리점(GA)에게 ‘굿앤굿어린이 종합보험’의 판매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방안을 내려보냈다. 굿앤굿 어린이 종합보험은 2004년 7월 업계 최초의 어린이 전용 종합보험으로 출시된 이후 16년 동안 400만건이 넘게 판매된 H해상의 대표 어린이보험 상품이다.

H해상이 내려보낸 마케팅 방안은 3년 이상 H해상 어린이보험을 유지한 고객들이 새롭게 개정된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1년간 5.5%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게 주 내용이다. 새롭게 개정된 상품은 뇌혈관ㆍ심혈관 진단 등 타사에서 다루지 않는 담보가 대거 추가됐다.

특히 H해상은 수두, 대상포진, 급성편도염, 폐렴 등의 536개 경증질환 경력이 있어도 심사없이 자율인수 한다는 파격 마케팅도 내세웠다. 어린이보험에서 경증질환이있는 경우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많아 대부분의 보험사가 부담보로 인수하고 있다. 부담보란 가입된 보험 기간 중 특정 부위 및 특정 질환에 대해서 일정 기간 또는 전 기간 질병으로 인한 수술이나 입원 등의 각종 보장에서 제외해 조건부로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영업 드라이브로 H해상의 GA 실적은 승승장구했다. H해상의 지난 5월 GA채널 보장성보험 매출은 58억3700만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6%가 증가했다. 6월에도 높은 신계약율을 갱신하며 업계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H해상이 취하고 있는 마케팅방식이 ‘승환계약’이라는 것이다. 승환계약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태우는 것인데,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보험은 보통 계약 후 7~10년 지나야 보험료를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다. 만약 3년만 유지하고 해약하게 되면 해약환급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더구나 어린이보험의 경우 20년납이 대부분인데 중도에 해지하고 다시 가입하면, 가입한 날부터 다시 20년간 보험료를 납입해야한다. 기존 보험은 사실상 돈만 내고 사라지는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3년간 돈을 내고 보험을 해지하는 꼴이기 때문에 사실상 손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H해상이 보험료 할인을 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신규 계약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무리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해상 측은 ‘승환계약’ 목적이 아닌 기존 가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방안일뿐 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가입자들이 새로운 담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기존 어린이보험에 없던 담보에 대해 기존보험을 해지하고 가입하는 것이 아닌 추가가입 등을 마케팅했던 것”이라면서 “다만 추가가입을 하면 보험료가 매달 나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기존 상품을 해지하고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보험 가입자들이 타보험사 이전 등을 이유로 대부분 3년 정도가 지나면 해지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때 고객이 원하는 담보를 추가로 넣은 상품을 내세워 H해상 상품을 유지해달라는 의미에서 한 마케팅”이라고 전했다.

보험 갈아타기, 불완전판매 우려 커

금융당국도 H해상의 이 같은 마케팅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승환계약은 불완전판매가 높아 최근 금융당국이 집중적으로 감독하고 있는 사안이다.

실제 최근엔 생명보험사 두 곳이 부당 승환계약으로 금융당국에 제재를 받기도 했다. 동양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은 전화로 보험계약을 모집할 때 기존보험계약(5건)과 새로운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거나, 기존계약 해지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발생 가능성 및 본인의 의사에 따른 행위임을 확인하는 내용을 누락해 각각 과징금 1억4500만원, 5700만원을 부과받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당인지 아닌지는 계약관계를 깊이 살펴봐 야하지만, 승환계약은 소비자 불완전판매가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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