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靑등산로 막은 헌재소장 공관 ‘과잉 예우’ 유감

헌재소장 공관 주변 등산로 한 달 안돼 폐쇄
사생활 침해, 소음 등에 민원…“어느 시대인데”
‘금기공간’ 여는 탈권위, 구시대적 예우에 막혀선 안돼
  • 등록 2022-06-28 오전 6:00:00

    수정 2022-06-28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5월 10일, 청와대… 국민 품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함께 지난 54년간 닫혀 있던 북악산 등산로가 열렸다. 하지만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머무는 공관 주변의 등산로는 개방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 2일 돌연 폐쇄됐다.

헌재소장 공관 주변 등산로가 닫히게 된 건 사생활 침해, 소음과 보안 등 유 소장 측의 민원 때문이다. 헌재 요청에 따라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은 재빠르게 ‘출입금지’ 안내문을 걸었고, 등산에 나선 하루 3000여명 시민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북악산 등산로 개방을 함께 약속했던 윤 대통령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헌재 수장을 설득하진 못한 모양이다.

최근엔 여당이 나서 등산로의 온전한 재개방을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헌재 측에선 소장을 과잉 예우하지 말고 폐쇄한 등산로를 다시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이용호 의원도 “현재 소장의 사생활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국민의 건강과 행복추구권 역시 중요하다”고 보탰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구중궁궐’이었던 청와대를 시민을 위해 비우고, 북한 남파공작원 김신조 침투 사건 후 일반인은 밟을 수 없던 북악산마저 연 것은 탈권위와 안보 자신감을 함께 보인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등산로 개방약속이 ‘반쪽’이 된 지금, 헌재 측은 “관계기관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하고 문화재청은 “헌재와 합의하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

이러한 사이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공관 앞을 시민이 못 지나다니나”, “공관도 결국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갑질’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정부의 탈권위 기조에서 시작한 ‘금기 공간’의 개방이 헌재의 구시대적인 ‘과잉 예우’에 막혀선 안된다. 새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하란 게 아니다. 헌재도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그간 누려왔던 ‘특권’을 국민을 위해 내려놓아야 한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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