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임부터 부동산까지 목돈을 향한 꿈…재테크로 본 현대사

특별전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
금고·저축 장려 표어 등 전시
6월 25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등록 2023-03-07 오전 5:30:00

    수정 2023-03-07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생후 2개월 된 막내아들을 업고 실종됐다던 계주의 ‘유괴 연극’부터 반포 아파트의 청약 가점을 받기 위해 정관 수술을 받은 남성까지. 대한민국의 재테크 역사를 들여다보면 흥미롭고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현재의 ‘로또’는 10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을 받지만, 194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복운예금’ 1등 당첨자의 상금은 10만원이었다. 당시 고소득군에 속한 목수의 월급이 평균 12.1원임을 고려하면, 688년치의 임금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개인과 가정의 자산 축적 역사를 정리한 특별전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 현대사’가 오는 6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가계 금융의 현대사를 쉽고 재밌게 전달해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마련됐다.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우리 국민은 광복 이후부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저축으로, 투자로,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가 경제를 살리는 주역으로 활동해왔다”며 “이번 전시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현재의 경제적 성과를 이루기까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돈을 마련했는지 역사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전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 현대사’에서 관람객들이 금모으기 운동 관련 전시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230건 자료로 보는 재테크 역사

이번 전시는 복권부터 저축, 부동산, 주식 등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총 230건의 자료로 쉽게 풀어냈다. 광복 이후부터 한국인이 자산 축적을 위해 노력해 온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목돈이 가진 의미와 전시 주요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영상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시사 네 컷 만화 헹가래로 유명한 유환석 화백이 한국인들의 목돈 마련 이야기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근대 금융기관 도입 이전에 사람들은 육중한 금고나 쌀통에 자산을 관리했다. 일제강점기 때 쓰인 무게 400㎏의 금고, 한 숟가락씩 쌀을 덜어내 보관하던 절미통, 실탄 박스로 만든 개인 금고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행 이용이 쉽지 않던 시절에는 목돈 마련을 위해 ‘계(契)’를 활용하기도 했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돈을 모아 융통한 ‘계’는 순번에 따라 내가 낸 돈보다 더 많은 ‘목돈’을 만들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돈을 들고 도망간 계주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사람들의 사연이 뉴스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절미통(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과 전쟁의 격변기 속에서 물가 상승 억제와 경제 개발 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와 사회는 저축에 힘써왔다. 1970년대 정부에서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발행한 표어에는 붉은색 글씨로 ‘매미처럼 후회 말고 개미처럼 저축하자’고 적혀 있다. 해방 이후에는 다양한 복권이 발매됐다. 특히 복권과 저축을 결합한 ‘복운예금’은 사람들에게 인기 상품이었다. 올림픽 참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복권부터 공공주택 기금을 조달하기 위한 주택복권, 오늘날의 로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의 자산에서 ‘내 집 마련’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독특한 주택제도인 전세와 50%가 넘는 아파트 거주의 역사, 34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 분양 안내서 등을 다채롭게 전시해 놓았다. 함영훈 학예연구사는 “1970년대 가점 요건 중 하나였던 정관 수술을 받고 서울 반포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연 등을 인터뷰 영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익과 위험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주식과 채권 이야기도 들려준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개소 상황부터 1970년대 주식경매 입찰 당시 사용했던 함, 증권 거래소 직원이 사용한 호가표 등을 통해 주식거래 방식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관람객이 10억원을 가지고 자산 투자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한 예금, 부동산,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주사위 게임을 통해 수익률 변화를 확인하면서 재테크의 현대사를 재밌게 이해할 수 있다.

함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금융이 삶이자 꿈을 이루는 과정임을 익히길 바란다”며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나름대로 살길을 찾던 대한민국의 저력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교육보험 전단지(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재무부에서 저축의 날 발행한 표어(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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