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푸르고 고요한 숲, 장쾌한 폭포…올곧은 선비와 같아라

경북 영주로 떠나는 힐링 여행
조선 최초의 서원 '소수서원'
의상이 꽂은 지팡이에서 뿌리내린 '선비화'
소백산 기운으로 치유하는 '다스림'
  • 등록 2019-05-24 오전 1:00:00

    수정 2019-05-28 오후 3:15:56

경북 영주 소수서원 주변에는 수백년 된 멋진 적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학자수림’이라고 부른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유교의 시작은 중국이었다. 춘추 시대의 공자(孔子)가 만든 사상이다. 하지만 유교문화를 꽃피운 나라는 ‘조선’이었다. 조선은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삼고, 예를 바탕으로 국가질서를 확립했다. 정확하게는 유교의 한 갈래인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을 바탕으로 인격의 수양과 실천을 강조했다. 그 바탕이 된 것이 바로 서원이다. 지금으로 치면 사립학교인 셈이다. 이 서원이 곧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이다. 조선 사회의 전반에 널리 보편화된 성리학의 탁월한 증거이자, 지역 전파에 이바지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중국을 제치고, 조선의 서원 9곳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이 있는 경북 영주를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수서원 앞 취한대와 백운하


◇조선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

영주 여행길에서 비켜갈 수 없는 것이 있다. 조선 선비 정신의 뿌리를 둔 유교 이념과 그 유산이다. 대표적인 곳이 순흥면의 소수서원과 선비촌이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 때 풍기 군수를 지낸 주세붕이 세운 사당이었다. 이듬해에는 이곳의 이름은 ‘백운동 서원’이라 짓고 유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 최초로 사액을 받았다. 왕이 직접 서원의 이름을 내렸다는 말이다. 그 이름이 바로 ‘소수서원’이다. 조선 명종 때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오면서였다. 이후 조선 말까지 4300여명의 유생을 길러냈다. 참고로 도산서원이 배출한 유생은 257명이니, 소수서원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소수서원 주변에는 수백년 된 멋진 적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학자수림’이라고 부른다.


서원 주변에는 수백년 된 멋진 적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학자수림’이다. 추위를 견디며 푸른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어려움을 이겨내고 참선비가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입구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이 지점에서 지면은 한 단 높아진다. 서원 경내임을 알리는 일종의 표시다. 출입문인 사주문(四柱門)으로 통하는 길 왼쪽으로는 성생단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죽계수가 내려다보이도록 지은 경렴정이 있다. 경렴정은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이다. 정자의 이름 ‘경렴정’은 북송의 성리학자인 염계 주돈이를 경모하는 뜻으로 그의 호에서 빌여왔다고 한다.

소수서원 입구에 있는 소수서원 비석


경렴정 죽계수 건너편에는 물가로 튀어나온 경자바위가 있다. 거기에 새겨진 ‘경’자는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창건하고 쓴 글씨이다. ‘경’은 성리학에서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수양론의 핵심이자, 선비의 지침. 퇴계는 이곳에 송백과 죽을 심어 ‘취한대’라고 이름짓고, 또 ‘경’자 위에 ‘백운동’ 석 자를 새겼다.

서원 안쪽으로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초기 서원이기 때문에 다른 서원들에 비해 건물을 자유롭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강당인 명륜당이 있고,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일신재와 직방재가 연속으로 서 있다. 강당 좌우에 대칭으로 동재와 서재를 두는 일반 서원의 건물 배치와 다르다. 이 서원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맑고 차가운 선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소수서원 입구 죽계수 건너편에는 물가로 튀어나온 경자바위가 있는데, 거기에 새겨진 ‘경’자는 주세붕이 백운동서원을 창건하고 쓴 글씨이다
부석사 범종루


◇부석사의 선비화와 희방사의 희방폭포

풍기읍 수칠리에 있는 희방사 오르는 길에 만나는 희방폭포. 소백산 연화봉에서 흘러나온 물이 희방계곡을 흘러내리다가 28m 높이의 수직암벽을 타고 쏟아진다.
부석사 또한 빼놓고 갈 도리가 없다. 가는 방법은 너무 쉽다. 부석사 후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집으로 들어서면 바로 범종루 아래다. 부석사에는 무수한 시간을 뿌리 삼아 자라는 나무도 있다. 무량수전 뒤편의 조사당 뒷마당에 뿌리를 내린 선비화(골담초)다. 행여 다칠세라 촘촘하게 철사로 엮은 울타리 안에서 자라는 이 나무는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란 것’이라고 전한다. 의상대사가 천축국(인도)으로 갈 때 꽂은 것이라기도 하고, 열반을 앞두고 세상을 뜨기 전에 제자를 시켜 꽂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무가 지내온 시간이 1300여년이 넘는 셈이다. 조선 광해군때 경상감사가 지팡이를 만들고자 이 나무를 잘라갔다가 훗날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는 기록이 있고, 퇴계가 이 나무를 기리며 남긴 시(詩)도 전해진다. 그래봐야 높이는 2m가 채 안 되고 굵은 뿌리 부분이 엄지손가락 굵기 정도인 이 작은 나무에 매달린 시간과 이야기는 참으로 많다.

희방폭포에서 희방사 가는 길은 온통 초록세상이다


영주에는 부석사만 있는 건 아니다. 소백산의 남쪽 골짜기마다 절집이 들어서 있다. 그중 풍기읍 수철리의 희방사는 늦은 봄날 딱 맞는 절집이다. 신라 때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지만, 6·25 전쟁으로 모든 건물이 다 소실돼 다시 지었다. 희방사에서 보아야 할 것은 절집과 어우러진 자연미다. 희방사까지는 산 아래 절집 입구의 매표소에서 20분쯤 걸어야 하는데, 딱 절반쯤의 거리에 희방폭포가 있다.

소백산 연화봉에서 흘러나온 물이 희방계곡을 흘러내리다가 28m 높이의 수직 암벽을 타고 쏟아진다. 기나긴 봄 가뭄에도 폭포의 위용도, 으러렁거리는 물소리도 장쾌하다. 폭포수가 공기를 밀어내면서 만든 바람과 분무기로 뿜어낸 듯 비산하는 물방울의 서늘한 기운에 늦봄 한낮에도 금세 소름이 돋는다. 폭포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대단하다.

여기서 10분쯤 더 오르면 희방사다.희방사는 자연림으로 뒤덮인 절집. 비록 어마어마한 위용의 거목은 아니지만, 건강한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숲을 이루고 있다. 극락보전을 둘러싸고 느티나무와 전나무가 치솟았고, 요사채와 지장전, 범종각 주위에는 버드나무, 벚나무, 박쥐나무가 초록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국립산림치유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실치유숲길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해먹 체험.


◇숲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다

안동산림치유원 밸런스 테라피
숲을 테마로 한 치유원도 있다. 소백산 서쪽의 옥녀봉(807m) 자락에 있는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이다. 시설 부지만 2889ha(874만여평). 서울 여의도 전체 면적의 10배 수준이다. 다스림은 휴양림도 산림욕장도 아닌 산림치유원이다. 이름 그대로 산속에서 치유를 경험하는 시설이다. 산림청에서 1400여억원을 들여 2016년 8월 개장했지만, 아직 아는 사람이 드물다.

기존 휴양림과 다른 것은 시설과 프로그램 때문이다. 휴양림이 숙소만 빌려주는 곳이라면, 이곳은 숙소와 함께 숲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신 이용자들에 대한 제한도 적잖다. 객실에는 TV가 아예 없을 뿐 아니라, 무선인터넷(WIFI)도 사용할 수 없다. 일체의 일회용품도 사용할 수 없다. 음주와 흡연은 물론이고, 숙소에서 취사나 바비큐도 금지하고 있다. 대신에 삼시세끼의 건강식과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짧게는 1박2일부터 길게는 4주까지 다양하다. 가장 이용객이 많은 1박2일 코스는 도착 당일 오후 방문자센터에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이후에 요가와 숲 트레킹 등을 즐기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가장 매력적인 프로그램은 스트레칭과 숲 트레킹이다. 스트레칭은 1시간가량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이뤄진다. 소도구(트윈롤러나 폼롤러)를 이용해 전신에 자극을 주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숲 트레킹도 인상적이다. 치유원 내에는 트레킹 코스가 모두 7개가 있다. 이중 6개는 도보용, 나머지 하나는 산악레포츠용 숲길이다. 그중 마실 치유숲길은 5.9km 가량 이어지는 도보 코스다. 절반에 좀 못 미치는 2.3km 구간을 나무 데크로 조성했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보행 약자도 쉽게 걸을 수 있다. 길은 200~300여m마다 쉼터가 있다.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자연과 교감한다. 숲바람쉼터는 풍욕을 즐기는 곳. 사방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푸르뫼쉼터에서는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등 맞은편에 있는 소백산 봉우리 3개를 건너다볼 수 있다. 나무가 구부러져 자라는 이유를 배우고, 키 큰 나무에 둘러선 채로 눈을 감고 명상하며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시간도 갖는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잣나무숲에서의 해먹 체험이다. 20여분 동안 해먹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전부다. 그러다 보면 숲의 기운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자면,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대구 방면으로 가다가 풍기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풍기에 내려서 931번 지방도를 타고 부석 방면으로 향하면 소수서원이 있는 순흥에 가닿는다

△먹을곳= 한우 갈비에 쌉싸름한 인삼을 섞은 달큼한 양념을 버무려 내오는 ‘풍기 인삼갈비’(사진)의 갈비는 전국적인 명성을 누린다. 풍기에서는 또 ‘정도너츠’의 생강도너츠가 명물로 꼽힌다. 종류도 허브, 초코, 녹차, 들깨, 고구마, 사과, 인삼 등 다양하다.

△여행팁= 내달 8일은 ‘글로벌 웰니스 데이’다. 2012년 터키에서 시작된 비영리 이벤트로, ‘단 하루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One day can change your whole life)’라는 슬로건 아래 매년 6월 둘째 토요일에 열린다. 스스로에게 더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이런 생각을 사회적인 가치로 인식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올해는 약 130개국 5000여개 지역에서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31개 웰니스 관광지 중 영주 다스림, 서울 티테라피(행랑점),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 등 8곳이 참여한다. 운영시간, 예약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웰니스 관광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 모셔져 있는 ‘소조여래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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