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 지하시설물이 안전 위협하는 현실

  • 등록 2019-06-20 오전 6:00:00

    수정 2019-06-20 오전 6:00:00

땅 밑이 불안하다. 생활 편익을 위해 설치된 지하 기반시설들이 노후화하면서 잠재적 사고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인천의 ‘녹물 수돗물’ 사태나 지난해 말의 KT 통신구 화재, 일산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 등이 마찬가지다. 다른 요인도 없지 않겠지만 낡은 수도관과 통신구, 온수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1970~80년대에 걸쳐 집중 설치하고도 그대로 놓아둔 탓이다.

이처럼 지하시설들의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안전 위협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송유관 98%, 통신구 91%, 하수관로 40%, 가스관 35%, 상수관로 32% 등이 설치된 지 이미 20년을 넘었다고 한다. 지난 5년 동안 가스관과 열수송관에서 공급 중단이나 누수 등 81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 그 결과다. 최근 들어 자꾸 이어지는 지반침하 현상도 상하수도관 누수와 관련이 없지 않다고 한다. 땅 밑의 낡은 시설들이 ‘일상의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마치 지뢰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시설의 유지·관리에는 거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안전관리도 소홀해진 것이다.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간 전국 상수도관 교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이른바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이라는 명목으로 체육관이나 박물관 건립 등 전시성 사업에 예산을 퍼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가 막상 사고가 일어나면 대책을 세운다고 부산을 떨면서 땜질식 수습만 되풀이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번 인천 수돗물 파동을 계기로 2023년까지 낡은 지하시설물을 정비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예산도 32조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비록 늦어지긴 했어도 잠재 위험의 선제적 해소에 눈을 돌린 것은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선심성 예산은 가차없이 줄이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노후 인프라를 교체·정비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대폭 늘려야 한다.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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