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지하시설들의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안전 위협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송유관 98%, 통신구 91%, 하수관로 40%, 가스관 35%, 상수관로 32% 등이 설치된 지 이미 20년을 넘었다고 한다. 지난 5년 동안 가스관과 열수송관에서 공급 중단이나 누수 등 81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 그 결과다. 최근 들어 자꾸 이어지는 지반침하 현상도 상하수도관 누수와 관련이 없지 않다고 한다. 땅 밑의 낡은 시설들이 ‘일상의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마치 지뢰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이번 인천 수돗물 파동을 계기로 2023년까지 낡은 지하시설물을 정비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예산도 32조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비록 늦어지긴 했어도 잠재 위험의 선제적 해소에 눈을 돌린 것은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선심성 예산은 가차없이 줄이되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노후 인프라를 교체·정비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대폭 늘려야 한다.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