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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주주배정 유증 줄이어…주가 쇼크 동반
23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분기 들어 이달 21일까지 100억원 이상 유증을 결정한 기업은 37곳에 달해 이미 전분기(14곳)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감사시즌을 마친 지난달부터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5월만 놓고 보면 대규모(100억원 이상) 유증을 실시하는 기업이 전년 8곳에서 올해 19곳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영업일수를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한 곳 꼴이다.
특히 대규모 증자를 실시하는 방식에 있어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3자배정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형태가 많아져 눈길을 끈다. 통상 기업의 사정이 어려울 경우 주주배정 유증은 유력한 기관 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기존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행위로 인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최근 이같은 방식의 자금조달을 결정한 기업들의 주가는 줄줄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네이처셀(007390)은 지난 18일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주가가 23% 폭락했고, 시가총액 3조원 규모로 코스닥 4위에 올라있는 헬릭스미스(084990)(구 바이로메드)는 지난달 28일 16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하루만에 14% 급락했다. 지스마트글로벌(114570) CMG제약(058820) 에이프로젠제약(003060) 등도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신저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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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는 취지만 놓고 보면 상장사의 권리이자 사업 확대를 위한 수단이지만 경영 실패로 실적이나 재무 상태가 악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악재성 유증은 대체로 주가 급락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지분율 희석을 피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면 조달 금리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단순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증은 지분 희석 가능성만 있고 이후 주가 상승과 배당금 증가 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주를 싸게 받는다 해도 주가가 그 이상으로 빠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요즘과 같이 대규모 유증이 잇따르는 경우 시장 자체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유증을 결정한 기업들은 대부분 부채비율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거나 현금성자산이 바닥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100억원 이상 유증을 결정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전년 대비 현금성자산이 반토막났고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나아가 올 들어 100억원 이상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상장사 3곳 가운데 2곳 이상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12일 31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모한 퓨전데이타(195440)의 경우 자본잠식률 50% 이상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였다.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에 이를 수 있다. 디아이씨(092200)의 경우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 부실 징후가 커졌다.
돈맥경화 속 엄격해진 감사…“당분간 지속”
이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돈맥경화’에 빠진 코스닥 상장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전방산업이 침체를 겪다 보니 중견·중소 기업들이 다수 속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사정이 더욱 어려워진 것도 이처럼 잇달아 악재성 대규모 유증이 나오는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들의 1분기 말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에 비해 8.3%포인트 높아진 110.9%를 기록했고, 1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1조6466억원으로 7.8% 감소했다. 코스닥 매출 상위 20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조6726억원으로 전년보다 26.7% 줄었다.
지난해 4월 코스닥벤처펀드 출범을 계기로 발행된 대량의 전환사채(CB)가 1년을 지나면서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 CB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오자 현금이 없는 기업으로서는 증자를 통한 채무 상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5일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올해 4월 1일까지 1년간 발행된 CB는 약 4조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금을 유치하려고 하다 보니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외부감사가 강화되는 추세에 있고 대내외 경기 여건도 좋지 않아 증자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