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너도나도 ESG…`쇼잉`도 춤춘다

  • 등록 2021-07-13 오전 5:30:00

    수정 2021-07-13 오전 7:21:08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너도나도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SG) 투자를 말하지만, 사실 바나나가 들어 있지 않은 바나나맛 우유를 걸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민간 석탄발전사업자인 삼척블루파워는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AA-’ 등급의 우량 공기업인 삼척블루파워에게는 말 그대로 굴욕이었다. 등급전망이 비록 ‘부정적’이긴 했지만, 대다수 운용사들이 석탄발전을 확대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 등이 1000억원의 미매각 물량을 그대로 떠안았다.

삼척블루파워의 100% 미매각의 이면에는 ESG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투자자 수요와 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 발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채권은 지난 6월에만 9조3100억원이 발행되며, 잔액기준 12조5100억원에 달했다. 기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등이 대다수를 차지한 데 비해 실제 기업들의 그린본드, 지속가능채권 등 실제 ESG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내로라하는 기업들 뿐 아니라 투자유치를 담당하는 운용사들도 ESG 전담위원회를 설치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지속발전가능성을 투자원칙에 추가했고, 환경부가 ESG 투자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한 몫했다.

문제는 너도나도 나서는 ESG 투자에 있어 보여주기식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ESG’로 포장하는 순간 조달금리도 낮아지고 기업 이미지도 쇄신된다.

SK(034730)그룹을 비롯해 한화(000880)그룹 등이 ESG 경영을 필두에 내건 이유다. 하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전담인력도 마땅치 않은데, 금융당국에서는 신평사 등 외부에서 받는 ESG 등급외에 자체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라고 요구하며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대기업 계열 H운용사는 지난해 말 ESG 전담부서를 설치했지만,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전문인력 영입 대신 관련 경험이 없는 내부 직원을 실장급에 앉혔다.

이 ESG 전담부서에서 낸 내부 보고서가 업계에서 회자됐는데, 이유는 단 하나. 투자의사결정에 영향을 줄만한 인사이트는 없고 언론 보도를 짜깁기한 수준의 보고서라는 평가였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너도나도 ESG 투자에 나선다고 하지만 무늬만 ESG인 공모펀드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ESG 펀드 중 이름만 바꾼 펀드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ESG 투자가 본격화하는 마당에 방법론도 명쾌하지 않다”며 “회사마다 바라보는 시각이나 기준도 다른 만큼 금융당국이나 정부에서 일단 점검하고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기업들이, 운용사들이 `쇼잉`에 급급하지만, 그린워싱 문제를 비롯해 결국 알맹이가 없다면 `보여주기`로 끝날 수밖에 없다. 실제 지속가능한 ESG를 위해선 금융당국도, 기업도, 운용사들도 보다 정치한 디테일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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