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가 단 2회 만에 폐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지 6개월 만. 절치부심한 SBS가 새 드라마 ‘홍천기’를 내세우며 판타지 사극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방송이 중단됐다. ‘홍천기’ 역시 ‘조선구마사’와 같은 판타지 사극인 만큼 가상의 역사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이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됐다. 7일까지 4회가 방송됐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홍천기’의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반응은 ‘성공적’이라고 받아들일 만하다. ‘홍천기’가 역사왜곡 우려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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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방송된 SBS ‘조선구마사’는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임에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판타지 사극’이라는 장르는 가상의 사건을 다룰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하지만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고 태종, 양녕, 충녕 등 역사 속 실존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 인물들을 왜곡해 표현했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았다. 결국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2회 만에 폐지돼 드라마 역사에 오명으로 남게 됐다.
장태유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역사왜곡 우려와 관련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실존 인물, 지명 등을 가상 명칭으로 바꿔 역사 왜곡을 방지하려고 했다”고 특별히 이런 부분에 신경을 썼음을 밝혔다.
CG 아쉽지만 동시간대 시청률 1위→흥행 청신호
역사왜곡 우려에서는 벗어났지만, 첫방송 이후 ‘홍천기’의 CG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다소 어설픈 CG가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6.6%를 기록한 첫방송 시청률에 비해 2회에서는 8.8%로 상승하며 CG에 대한 아쉬움 보다는 드라마에 기대가 높다는 걸 보여줬다. 2회부터는 KBS2 ‘경찰수업’의 시청률을 꺾고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며 지난 7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전국 평균 시청률 9.6%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다음 화가 기다려지는 드라마”, “남녀주인공 러브라인 붙으면 더 재미있어질 듯”, “본방송 보고 재방송까지 또 챙겨봤다” 등 반응이 이어지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공희정 문화평론가는 “최근 드라마가 1~2회의 임팩트에서 흥행이 결정되는데, ‘홍천기’는 그런 면에서 1~2회에서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이고 드라마가 뻔한 면이 있지만 이야기 전개나 각각의 인물들의 표현이 잘 되면서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면서 “특히 젊은 연기자들과 중견 연기자들이 각각 역할을 잘 해주면서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데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홍천기’는 사극의 한 고비를 넘어가는 지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홍천기’가 사극에 불어왔던 찬바람을 따뜻하게 바꿔놓는다면 SBS는 ‘조선구마사’로 생겼던 불명예를 확실히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