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썬 "더블케이서 이름 바꾸고 미국行, 왜냐면…"[인터뷰] ①

  • 등록 2021-12-01 오전 10:01:00

    수정 2021-12-01 오전 10:01:00

미국 LA서 만난 일썬(사진=김현식 기자)
[로스앤젤레스(미국)=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변화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대로 인근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래퍼 일썬(ILLSON, 본명 손창일)의 말이다. 일썬은 더블케이(Double K)라는 랩 네임으로 잘 알려진 래퍼다. 더블케이로 20년간 활동하며 ‘너가 날 떠나면 안되는 이유’, ‘플레야 러브’(Playa Love), ‘아이고’ (But I Go) 등의 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랩 스킬과 훈훈한 비주얼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Mnet ‘쇼미더머니’ 시즌 1 땐 프로듀서로 출연해 로꼬와 함께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썬은 지난 9월 랩 네임 변경 후 첫 정규앨범인 ‘엔드리스 써머’(Endless Summer)를 발매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그는 20년간 사용한 랩 네임을 바꾸는 쉽지않은 선택을 한 이유를 묻자 애초 미국에서 지냈던 고등학교 때 일썬이란 이름을 썼다고 운을 뗐다.

“원래 고등학교 때 사용하던 랩 네임이 일썬이었어요. 제 본명인 손창일을 미국식으로 발음하면 일썬이 되잖아요. 그런데 한국에 왔을 때 ‘일썬과 겹치는 이름이 쓰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고, 그땐 어렸기에 ‘아, 그럼 못쓰는구나’ 하고 더블케이란 이름을 쓰게 된 거였어요.”

그러면서 일썬은 “랩 네임 변경은 제 자신을 찾아가는 작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돌아보면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직 사회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세상이 꿈에 관여하기 전 상태였던 10대 후반 시절이 가장 순수한 상태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때 정말 음악을 재미있게 하기도 했고요.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아닌 음악을 정말 사랑해서 했던 그 상태로 돌아가 다시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면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죠.”

(사진=김현식 기자)
일썬은 할리우드 대로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쯤에 있는 우드랜드 힐스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올해 6월에는 미국에서 예술인 비자인 O1 비자를 받아 현지에서 정식으로 음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단다. 그는 “3년간 음악 활동도 하고 공연도 열면서 돈도 벌 수 있게 됐다. 비자를 받은 뒤 아파트를 얻어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썬은 O1 비자를 받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20년간 펼친 활동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좀 더 명확히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비자 발급을 도와준 변호사 분께서 ‘네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도 미국에선 대단한 일이라고 여길 수 있으니 활동 이력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데뷔 때부터 제가 해온 활동을 정리해보는 작업을 몇 주에 걸쳐서 했죠.

그런 작업이 떨어진 자존감을 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한국에선 항상 앨범을 내고 나면 회사나 주변 관계자 분들에게 ‘투자한 것에 비하면 잘 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듣곤 했거든요. 저 역시 어느새 그런 마인드에 물들었고요.

그런데 미국에선 제가 한국에서 했던 활동을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더라고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돌아보니 내가 대단한 일을 많이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자존감을 다시 높이고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사진=김현식 기자)
일썬은 앞으로 소신 있게 자신만의 색깔을 진하게 입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미국에선 제이지처럼 활동한지 2~30년 이상 된 래퍼들이 자신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리스펙트 받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아직 나이를 먹거나 활동 연차가 쌓이면 이미지 자체를 ‘퇴물’로 만들어 버리려고 하는 게 있어요. 제가 ‘쇼미더머니6’에 다시 나갔을 때도 올드한 래퍼로 보이게 하려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었고요.

미국에 온 뒤 메이저 시장뿐 아니라 곳곳에서 활동하는 많은 뮤지션들이 색깔을 존중받으면서 자신만의 시장과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고, 나 역시 원래 내 색깔을 더 다듬고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자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일썬은 대중에게 알려진 더블케이라는 랩 네임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면서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블케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보여드렸고, 그런 모습을 좋아해주신 분들도 많겠지만, 지금의 제가 더 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간 꺼내놓지 못했던 개인적 이야기들도 가사에 담고 있고요. 알을 깨고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이름을 바꾸면서 음악을 홍보하기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지만 이 또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결국 진짜 중요한 건 음악일 테니까,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위대한 뮤지션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묵묵히 저의 음악을 하다 보면 외부적인 것들은 다 따라올 거라고 믿어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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