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와대 개방, 문제는 '정쟁' 아닌 '철학부재'

  • 등록 2022-09-06 오전 6:00:00

    수정 2022-09-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경복궁을 전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지만 정쟁화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

문화재청이 최근 경복궁에서 열기로 한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밝힌 사유다. 청와대에서 촬영한 보그코리아의 패션화보가 논란이 되자 부랴부랴 내린 결정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과 아직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청와대에서 찍은 패션화보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말이다. 문화재청의 말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청와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논란 원인을 ‘정쟁’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정부의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가 개방 100일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유는 정쟁이 아닌 ‘철학 부재’에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왜 개방해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철학이 없고, 이에 대한 국민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다. 청와대 개방의 후폭풍은 당연한 결과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청와대 패션 화보 논란이 일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방문객에만 신경 쓰다 보니 청와대 활용에 대해선 미흡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개방 이후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의 철학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8월엔 한 유튜브 채널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특정 소파 브랜드 광고 영상을 게재해 이를 허용한 문화재청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청와대 출입구 앞에선 보수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운동을 한다며 시민을 붙잡고 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섣부른 개방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 예산 중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드는데 445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예산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청와대의 활용 방안에 대한 명확한 철학 아래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를 둘러싼 논란을 정쟁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 원인부터 명확히 살펴봐야 한다.

청와대 개방 100일을 맞은 지난달 17일 관람객들이 본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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