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LG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투수력 부족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을 들여다보면 딱히 투수력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난해엔 10승 투수가 3명이나 배출됐지만 실패했고 올해는 지난 10년 중가장 강력한 불펜을 갖췄지만 역시 가을 잔치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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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3번씩 타석에 들어선다고 가정했을 땐 3이닝, 4번 타석에 들어섰을 땐 무려 4이닝의 득점력이 떨어졌음을 뜻한다. 여기에 주전 선수라도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 그 구멍은 더욱 도드라졌다.
기록을 살펴보면 LG 타선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맥없이 이뤄졌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5년차 이하 선수가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04년 박용택과 2007년 이대형 둘 뿐이다.
이 중 이대형은 이후 5년간 평균 타율이 2할5푼5리에 그치고 있다. 물론 3할을 친 시즌도 없었다. 최소 3년은 3할을 쳐야 강타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이론에 비춰봤을 때 이대형은 한번의 3할로 좋은 타자가 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치는 순간 달려나가는 타격폼을 일단 힘껏 치고 달리는 폼으로 바꾸는 과정이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직 그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기태 LG 감독은 올시즌을 통해 정의윤 오지환 김용의 등의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훈련이 예상된다.
그런 LG에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지옥 훈련에 앞서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2001년 말, LG는 오키나와에서 마무리 훈련 중이었다. 당시 팀을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한 선수의 타격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아이만 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양준혁이나 김재현까지 배팅 케이지에 몰려들 정도다. 팀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LG의 10년을 책임져 줄 타자가 나왔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물론 그 주인공은 박용택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 내에선 절대 박용택을 칭찬하지 않았다. 코치들에게조차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김 감독의 칭찬은 야구계로 입 소문이 돌아 들어오지 않을 지인들에게만 한정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박용택에게 “당장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라. 선수의 기본이 안됐다”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자신이 주목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며 모르는 사이 틈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한참을 싹싹 빈 후에야 팀에 남아 훈련할 수 있었다.
그저 시키는대로만 한 것은 아니다. 박용택은 이후 끊임없이 자신의 타격에 대해 고민과 공부를 거듭한다. 스스로 그 시간을 “3할을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높은 곳을 오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2007년 3할7푼2리라는 놀라운 타율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른다.
박용택은 타격 코치의 지시에 “제 생각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고, 코치로 부터 “네 생각대로 해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다. 그만큼 자신의 타격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는 선수임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도 방망이 그립의 두께 1mm까지 세밀하게 따지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LG의 훈련량은 분명 지난해보다 많아질 것이다. 아마도 11월 중에는 “LG, 이런 훈련 처음이야” 등등의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했느냐가 아니다. 그저 시키는대로 따라 한 훈련에선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왜 지금 그 고생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움직일 때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음을 LG의 선배들은 이미 증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