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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울 미래유산’ 헌책방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신학기 시즌이 되면 북적거렸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9월 개학 시즌에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뿐 아니라 광주와 대전·인천 등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왔던 헌책방 거리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출판업계에 따르면 생계형 중고서점은 현재 전국적으로 400여 곳이 남아있다. 2010년 이후 생겨나기 시작한 알라딘과 예스24 등 기업형 중고서점은 해마다 숫자가 늘어나 현재 100곳 정도가 영업 중이다. 최근 서울도서관에서 시행한 ‘서점 전수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헌책방은 2016년 100개, 2018년 104개로 나타났다. 2년새 중소규모 헌책방은 8개가 폐업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중고서점은 그 수가 늘어났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2013년 서울시로부터 시민생활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 미래유산은 다수의 시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기억과 감성을 지닌 근·현대 서울의 유산을 뜻한다. 서울시에서 2013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총 461개를 선정했다. 하지만 임대료 지원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보다 수리비와 홍보물 제작 등 최소한의 지원만 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 미래유산팀의 한 관계자는 “‘서울 미래유산’은 문화재 지정이 아닌 보존 가치가 있는 유·무형 자산을 시민들에게 보다 많이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헌책방 뿐 아니라 400여개가 넘는 자산을 10억원의 예산으로 관리하다보니 개개인의 어려운 사정들을 다 도와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평화시장서점연합회 회장은 “많은 헌책방들이 여전히 장사도 안되고 힘들다”면서도 “헌책방도 시대상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