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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 ‘D.P 개의 날’ 김보통 작가
△‘D.P 개의 날’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소감은?
김보통 작가(이하 김): 어리둥절하죠. 다들 제정신인가? 넷플릭스도 레진도 감독님도 배우들도 다 제정신일까? 다들 뭔가 잘못 알고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래도 다들 확신이 있으니까 하는 거겠죠?(웃음) 저는 솔직히 진행되는 동안에도 중간에 엎어질 거라고 확신했어요. 제정신 있는 사람이 하나는 있겠지 했는데 계약부터 캐스팅까지 엄청나게 빨리 진행되니깐 정말 놀랍죠. 저에겐 정말 큰 행운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개의 날’은 어떤 점에 주목해서 시청하면 좋을까?
김:처음엔 배우에 집중해서 보시면 됩니다.(웃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탈영병’이란 소재에 눈이 갈 거에요. 사람들이 말해요. 예전 군대나 그렇지 요즘 세상에 가혹행위가 어디 있냐고요. 그런데 아직도 군대엔 가혹행위가 있어요. 그 형태만 바뀌고 있는 거죠. 예전엔 따귀를 때리고 야구방망이로 때렸다면, 요즘은 집단 따돌림으로 바뀌는 식이에요. 탈영병이 1/5로 줄었고 자살자가 줄어서 좋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해요.
△‘탈영병 잡는 군인’이라는 시선이 굉장히 새롭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제가 DP병(탈영병 잡는 군인)이었기 때문이죠. 나중에 써먹을 거란 생각은 한 번도 못했어요. 탈영병은 총 20명 정도 잡았을까요? 잘 잡아서 체포 우수 사례로 발표도 하고 그랬어요. DP병은 차출하는데 보통 집안 형편에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 뽑혀요. 활동비가 나오긴 하는데 그걸로는 충당이 안되니깐 사비를 써야 했어요. 근데 바로 위 DP들은 여유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8개월간 탈영병 체포를 못한 거에요. 그래서 이번엔 “부대에서 제일 가난한 애들을 뽑아보자” 했는데 그게 바로 저였어요.(웃음) 그렇게 저와 저 다음으로 형편이 어려운 친구와 DP병 생활을 하게 됐죠.
활동비로 쓸 여비가 없으니 기를 쓰고 체포할 수밖에 없었어요. 만화 내용이랑 거의 비슷해요. 다름 점은 ‘D.P 개의 날’은 누아르 장르였다면 실제론 투캅스였다는 거?(웃음) 바보 2명이서 씻지도 못하고 수염도 길고 옷도 후줄근해서는 엄청 처량하고 웃기죠. 실제 경험처럼 재밌는 캐릭터로 그리고도 싶었는데 군 문제를 가볍게 볼 거 같아 지금의 어두운 캐릭터로 수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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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개의 날’을 작업하며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었나
김:다 애착이 가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중사예요. 군무이탈담당관 중사 박범구. 이 사람이 어찌보면 ‘찐 주인공’이에요. 시즌 1에선 그 이야기를 많이 못 풀었어요. 아무래도 신문과 웹툰 플랫폼에서 동시에 연재를 진행하다보니 이 인물에 대해 다룰 시간이 없었어요. 많이 아쉽죠. 내년에 ‘D.P 개의 날’ 시즌 2를 다룰 때는 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죠.
△“군대가 바뀐다고요?”라는 탈영병 질문에 주인공이 “바뀝니다”라고 말한다. 진짜 군대가 바뀐다고 생각하나.
김:보세요. 이미 바뀌었잖아요. 사실 만화를 그릴 때는 군대는 안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정말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어요. 물론 지금도 앞으로 더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극중 6.25때 쓰던 수통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 장면이 나와요. 지금은 누군가의 건의를 통해 새 수통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누가 제 만화를 봤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회차가 나간 뒤 공교롭게도 수통 관련 논의가 진행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변화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군대는 바뀌지 않는다고 포기하는 순간, 더 이상 변화하지 않을 거에요. 더 좋아질 거다, 계속 바뀔 수 있다고 긍정적인 이상을 갖고 현실적으로 비판하며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봐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직도 더 바뀔 수 있다고요? 네, 그리고 더 바꿔나가야 합니다.
△마지막 화에 “이제 당신은 목격자야!”하고 막을 내리는 게 인상 깊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김:원래 대사는 “당신도 공범이야”였어요. 목격자가 아니고 공범. 그런데 너무 센 느낌이 들어 목격자로 수정했어요. 네가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케이. ‘그럼 더 이상 방관은 하지 말라’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쭉 행동하지 않는 목격자로 살든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현실을 바꾸는데 일조하며 살 건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거죠.
김:아직 마무리를 맺지 못한 작품?(웃음) 내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되는 시기에 맞춰 시즌 2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기다려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더불어 ‘D.P 개의 날’을 통해 군대의 변화에 제가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실제로도 연재 중에 육군이나 국방부에서도 이 만화를 봤다고 들었어요. 군대의 현실을 느껴보기 위해서 말이죠. 사실 ‘D.P 개의 날’을 설명할 때 미필, 군필, 여성 모두를 위한 인생 만화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이 만화를 가장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군 간부들이에요. 모든 간부들이 꼭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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