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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장관은 원외인사다. 지난 4·15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출마했다가 39.29% 득표에 그치며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현 원내대표에 석패했다. 가뜩이나 당내 입지가 좁아져 있는데 당권레이스에서 부진하면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차기 대권 도전 동력도 상실된다.
민주당에서 김 전 장관이 3위를 할 것이라 예측하는 인사는 많지 않다. 박 최고위원의 출마가 늦었던 데다 김 전 장관의 출마 명분인 지역주의 타파를 지지하는 ‘친노’(친노무현)의 영향력 덕이다. 그러나 “3위를 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30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150명을 대상으로 당 대표 후보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낙연 39.9% 김부겸 21.8% 박주민 15.7%를 차지하면서다.
호남을 등에 업은 이 전 총리의 대세론이 굳고, 강성 친문 지지층이 박 최고위원으로 집결하는데 뒤집을만한 카드가 없다. 무관심 대회에 김 장관만 샌드위치 신세다. 온라인으로 연설회를 치르느라 전당대회 열기가 가라앉은 데다 기록적인 폭우로 연설회마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캠프는 폭우로 호남·충청 지역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가 취소되자 지난 11일 “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애증의 영남.. 포기하면 정권재창출 장담 못해
김 전 장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진 민주당 영남 확장의 아이콘이다. 고 노 대통령을 지지하던 친노 세력이 김부겸 곁에 선 건 그가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4·15총선에서 대승을 거뒀으나 영남에서는 영향력이 대폭 축소됐다. TK(대구·경북)에서는 한 석도 가져오지 못하며 사실상 몰살당했다.
TK의 민주당 세력은 현재의 분위기가 불안하다. 이번 전당대회서 김 전 장관이 부진하면 당이 영남을 포기했다는 시그널로 외부에 비칠 수 있다. 4·15총선 당시 사실상 중앙당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자칫 고 노 대통령과 문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닦아온 지역 기반이 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여 석을 가져오며 대승을 거뒀으나 전국 득표는 49%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호남을 석권하고 접전지가 많았던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둔 덕이다. 반면 호남에 비해 인구가 많은 영남에서는 대부분의 의석을 통합당에 내줬다. 절반이 안 되는 표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