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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군대의 허리가 무너진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등록 2021-04-19 오전 5:55:00

    수정 2021-04-19 오전 7:55:1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어느 나라 군대든 구성상 대다수는 병사와 초급 간부들이다. 초급 간부는 병사들을 이끌고 전투를 수행하는 소대장이나 부사관들이다. 군대의 허리와 같은 존재들이다. 전체 병력의 30%가 넘는다. 군대가 점차 기술집약군으로 발전할수록 초급 간부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충원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군대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ROTC(학군사관)는 우리나라 초급 간부의 대부분을 공급한다. 작년 임관한 소위의 73%가 이들 ROTC 출신 장교였다. 그런데 ROTC 지원율이 급락하고 있다. 작년 경쟁률이 2.3대 1이다. 2014년의 6.1대 1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교육대학 대부분도 이미 ROTC제도를 폐지했다. 학사장교도 마찬가지다. 20년 전만 해도 2000명에 이르던 학사장교는 작년 540명만 임관했다. 절반의 절반으로 줄었다.

부사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원율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육군과 해병대가 심각하다. 육군의 경우 하사 충원율은 2014년 90.9%에서 2018년에는 72.18%로 떨어졌다. 사나이들의 전당이라는 해병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실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복무기한을 줄이고 급여를 올려 주자는 것이다. 학군장교의 복무기간은 52년간 변함없이 28개월이다. 그 사이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38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었다. 어차피 군복무 대신해서 학군장교에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어느 정도 맞춰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사관도 마찬가지다. 직업군인으로 그들을 임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주면서 우수한 자원이 모여들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인 조건의 개선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초급 간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그동안 이들에 대해 지원과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군 지휘부가 초급 간부를 소모성 단기 자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들을 대한민국 군대의 중추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대우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복무기간 축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초급장교들 교육 기간을 줄이자는 얘기가 거리낌 없이 나온다. 지금도 교육이 부족해서 문제인데 그마저 줄이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조직의 탁월함은 소프트웨어, 즉 사람과 시스템에 달려있다. 전차 몇 대 덜 획득하는 일이 있더라도 사람에 투자하는 일에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는 것은 군이 사람을 존중하지 않고 그들에게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급 간부를 존중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우를 개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군의 허리로서 그들을 인정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병력 충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초급 장교의 복무기간을 줄이면 ‘대량획득-단기운용-대랑손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복무기간의 감축과 저출산이 결합하면서 병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여성들의 군 복무도 불가피할지 모른다. 대학생 병사와 고졸 부사관의 부조화 문제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복무기간을 줄이거나 급여를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군 지휘부뿐만 아니라 국회가 나서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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