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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도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 물가도 고공행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2분기 기준 1805조900억원을 기록하며 2003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선 지는 1년이 지났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0%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지난 8월 26일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한 차례 인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9월 한달 동안에도 은행 가계대출은 1052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6조5000억원 불었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8월(6조1000억원)보다 4000억원가량 늘어, 역대 9월 기준으로 작년 9월(9조6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이에 대해 이 총재도 “금리를 인상했지만,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실물경제 상황 대비 통화정책의 실질 완화 정도는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이라면서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부채 문제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급등,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인해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물가도 한은의 과제로 떠올랐다. 한은은 여전히 올해 우리나라 연간 물가가 2.1%로 관리 목표 수준 내에 있어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연말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기존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 vs 정책 실패…‘부동산 가격 급등’ 책임공방 연장전
이 밖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강력한 논거로 힘을 싣고 있는 금융불균형, 자산가격 급등에 대한 책임론 공방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자산 가치 급등에 정부는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은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 하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던 당위성을 이야기하며 은근한 대립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집 값 전망에 대한 의견도 한은과 정부의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최근 들어서 부동산이 가파르게 오르는 오름세가 주춤하면서 꺾였다고 평가했으나, 이 총재는 집 값 전망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한은의 조직 및 인사에 관한 사안으로는 최근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재취업을 관행처럼 이어왔다는 논란이 가장 아픈 비판 지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으로부터 국감 이전에 ‘퇴직직원의 소관 협회/단체 등 유관 기관 및 민간기업 취업 목록 및 위반 조치 목록’을 요구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시중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증권사, 카드사 164곳을 분석해 한은을 포함한 경제부처·기관의 관료의 금융권 재취업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