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충은 예방 신호...귀 기울여야

이재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 등록 2021-10-22 오전 6:30:00

    수정 2021-10-22 오전 6:30:00

이재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이재관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 ‘목에 칼이 들어와도’라는 말이 있다. 소신이나 원칙을 지킬 때 자주 쓴다. 조선시대 3사인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이 떠오른다. 국가 기강을 바로 잡도록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기관들이다.

현재는 정부조직 어디에서 이런 역할을 할까. 국회, 감사원, 검찰 등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언론 등 다양한 기관이 있다. 또 선거 등 정치제도를 통해 소화하기도 하고 기관별 감사 기능을 두어 정도(正道)를 지키고자 한다.

징계 등 불리한 처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소청심사위원회에서도 그런 정신을 찾을 수 있다. 위원회는 1963년 현재와 거의 같은 모습으로 출범했다. 차관급 위원장에 6명의 1급 공무원이 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었다.

정부조직 규모 면에서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던 예전 정부에서 현재와 같은 기관의 위상을 갖췄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동안 수많은 정부조직 개편이 있었지만 위원회의 골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공무원 권익 보장을 위한 ‘행정부의 최후 보루’라는 명맥이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부수립 이후 공무원은 때론 정권의 하수인으로, 때로는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폄하되고, 평가절하되기도 했지만 공무원의 희생과 역할을 가벼이 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 공직자가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던 것은 공직자 편에서 이야기를 듣고 억울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준 소청심사위원회와 같은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러한 소청심사위원회가 출범 60년을 앞두고 있다.

징계, 양정, 감경 등 권익보호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다루는 사건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와 경징계(감봉, 견책)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주의, 경고에도 소청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어도 부당한 처분이기에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주의, 경고 하나쯤은 ‘영광의 상처’라고 가볍게 여겼던 과거의 공직자에게는 다소 낯선 얘기일 수 있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는 공직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선배와 상사, 동료와의 관계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생각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공직사회에 미치는 이러한 변화와 함께 걱정과 우려도 공존하는 게 사실이다. 바로 조직 내 고충이다. 세대 간 견해와 성 인식 차이로 인한 갈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행태들이 갑질과 성비위 등으로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충은 승진, 전보 등 인사고충을 비롯해 구성원 간 갈등 등 조직생활에서 겪는 모든 여러움을 망라한다. 고충처리는 기관별로 상담절차가 있다. 고충을 정식으로 제기하면 기관별 보통고충심사위원회를 거쳐 중앙고충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심사한다. 소청심사위원회가 중앙고충심사위원회를 겸하고 있다.

고충은 어디든 있다. 고충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조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직이 나서서 고충을 자유롭게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인식의 격차를 줄이고 없애야 한다.

고충은 예방 신호다. 고충 없는 조직보다 고충에 귀 기울이는 조직문화가 절실한 때다. 사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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