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계획하려면 일조량과 바람 세기를 정밀히 측정하는 게 순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탄소중립은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소 기후물리연구단장(부산대 석학교수)은 ‘기초 과학’을 외면하면 결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기초과학을 통한 ‘핀셋’ 대응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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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팀머만 단장은 “한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면서 탄소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낮추기로 했는데, 국제사회 관점에서 매우 불충분한 수치”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 세계가 한국과 같은 목표를 가지면 지구 온도는 2.5℃ 상승할 것”이라며 “다음 세대에게 큰 피해를 주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NDC는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당사국이 스스로 설정한 국가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다.
또 팀머만 단장은 “기후 과학은 탄소 중립을 달성할 최적의 해법을 찾는 일에 핵심 정보를 제공하기에 중요하다”며 “과학 연구를 통해 기후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위험을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기획하려면 향후 수십 년간 일조량이 얼마큼 필요한지 확인해야 하고, 해상 풍력 발전 단지를 지으려면 풍속 및 해수면 변화, 파고 등을 추정해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걸 가능케 하는 게 바로 기초 과학, 정확히는 기후 과학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해온 무심한 행위가 기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팀머만 단장은 “탄소 집약적 라이프스타일로 안락함을 누려온 우리 자신도 비판 대상”이라며 “비행기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름과 겨울에 냉방과 난방을 한 것 등은 탄소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행동을 바꾸고 편안함을 다소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팀머만 단장은 “정확히 말하면 현재 기술로는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정상 상태)으로 되돌릴 수 없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도 증가 속도를 낮추는 것만 가능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탄소 제로 사회와 새로운 녹색 경제를 구현할 때”라면서 “다른 나라가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를 기다리면 안된다. 리더가 되려면 다른 이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함부르크대 기상학 박사 △독일 킬대학 해양학연구소 연구팀 리더 △하와이대 국제태평양연구센터 및 해양학과 정교수(2009~2017년) △부산대 석학교수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2017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2018~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