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까지 움직이는 서학개미…올해도 15조원 샀다

올해 1~8월 서학개미 순매수 118억6945만달러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원…코스피 4분의 1수준
엔화·유로화 약세 속 발 넓히는 개미도 늘어
한은, 원·달러 강세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 등록 2022-08-18 오전 6:10:00

    수정 2022-08-18 오전 6:1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라는 단어가 언론에 보도된 지 2년이 지났다. 코로나 19 이후 글로벌 유동성 속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동학개미(국내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뉴욕증시는 물론 유럽, 중국, 일본 등 새로운 투자처를 향해 눈을 돌려 직접 투자에 나섰다. 이제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의 영역이었던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개인투자자 포트폴리오의 필수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증시 지지부진해도…올해도 15조원 샀다

17일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118억6945만달러(15조5670억원)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도 해외주식에 대한 개미들의 열망은 여전한 상황이다.

거래대금(순매수+순매도 금액) 역시 올해 2031억8700만달러(266조4797억원)를 기록 중이다. 뉴욕 증시가 주춤하며 3월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들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10거래일 만에 전월치(195억6406만달러)의 80%에 가까운 156억3467만달러로 증가했다.

또 이달 들어 일 평균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2억9100만달러(1조6960억원)로 나타났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7조356억)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올 들어 증시가 부진한 영향도 있지만, 동학개미들이 서학개미로 옮겨간 탓도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단연 ‘테슬라’다. 한국인이 보유한 테슬라의 주식은 157억6832만달러(20조6675억원)에 달한다. 테슬라 시가총액(9177억달러)의 1.72%에 이르는 규모다. 2위는 애플(55억4223만달러), 3위는 반도체업체인 엔비디아(26억7225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주요 투자처로 이름을 올렸다. 상장지수펀드(ETF)로는 나스닥100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 ‘프로쉐어즈울트라프로 QQQ’도 서학개미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발 넓히는 서학개미…환율 상승 주범 지적도


서학개미가 뉴욕증시에 투자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환율’이다. 위험자산이 주식 시장이 하락한다고 해도 안전자산인 달러가 상승하는 만큼, 환전했을 때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뉴욕증시의 경우 테슬라나 애플, 알파벳 등 국내 투자자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기업이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기도 하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보면 94%가 미국일 정도로 미국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압도적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큰 이슈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인 만큼, 뉴욕증시 위주의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당분간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 증시와 타국 증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나 유로화의 약세가 이어지며 급락한 일본과 유럽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도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15일까지 일본 주식은 960만 달러, 유럽 주식은 12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쌀 때 사놓겠다는 것이다.

물론 서학개미가 늘어날수록 환율이 오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고 원·달러 환율의 강세 원인 중 하나가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라고 지목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고 원화가 강세일 때는 해외투자 확대가 대외건전성을 개선하지만,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원화가 약세인 국면에서는 외환 수급을 악화시킨다는 평가다.

주의도 요구된다. 2분기 들어 증시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자 특정 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등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어서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제도는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국내와 동일하게 간주하고 있어 향후 분쟁 발생 시 투자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해외 주식투자와 관련한 투자자보호의 범위 및 권리에 대한 명확한 해석 및 규정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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